슬픔이 흐르게 하라

by 리마인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야~ 별일 없지? 그냥 걸어 봤어"



"그래~ 지금 서예원에 글자 쓰러 나와 있다."



"아이고 울 엄마 일찍 시작해서 배웠으면 서예 교수님 됐겠다. 이렇게나 열심히 하는데!"



엄마는 요즘 붓글씨 배우는 재미에 심취해 있다.

생업과 아이 키우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살아온 엄마 삶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어 내가 다 새삼스럽다.




"그런데 요즘 붓글씨는 참 재미있는데, 내가 이상하다. 정말로."



얼마 전부터 새로 나가게 된 서예원은 아빠와 마지막 시간을 보냈던 파티마병원 앞을 지나야 갈 수 있다. 엄마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자꾸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곳을 지나며 다시 아빠 생각이 생생해지나 보다.



"아이고 참나! 이야기하다 보니 또 눈물이 나오네."

하며 눈물 반, 웃음 반인 엄마다.



"엄마도 참! 6년이 다 지나가는데 아직도 눈물 나?"



" 엄마~ 나도 동대구역에 내려서 파티마병원을 지날 때면 바로 못 쳐다보고 고개를 돌리게 되더라고.

엄마~ 눈물 나면 그냥 울어도 돼.

슬픈데 울어야지 뭐 별 수가 있나...

눈물 나면 그냥 울어버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잡기 놀이를 하다 넘어져 무릎을 갈아 부쳤을 때, 소독약을 부어 부글부글 기포가 일면 따갑다고 호호 불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 위에 빨간약을 바르고 흰 가루약도 톡톡 뿌리고 나면 금세 다 나은 것처럼 다시 나가 놀았다. 상처는 자주 들여다보고 호호 불어주고 치료해줘야 잘 낫는다. 마음의 상처도 다르지 않다. 제대로 살피지 않았던 감정은 기어이 선명한 흉터로 남아 마주할 때마다 아려온다.






슬픔은 참는 게 능사가 아니다.

힘겹게 참아낸다고 해서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오히려 너 또 왔구나 하며 반겨주고 시간을 들여 바라봐 줘야 한다.

그때 정말 많이 아팠구나!

그리고 아직도 이렇게 뜨겁고 아프구나!

호호 불어주며 살뜰히 살펴야 딱지가 앉고 상처가 아문다.

비로소 슬픔이 옅어지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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