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엄마 얼굴이 좋아졌다

by 리마인더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실로 와닿는 것은 별개다.

한 솥밥을 먹던 가족이 하루아침에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1년이라는 시간이 카운트다운되기 시작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일어나는 줄만 알았던 일이 실제 나에게 닥친 것이다.

거짓말 같은 진실 앞에서 아빠의 생명이 사그라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죽음을 자각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 고초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죽음은 나의 것이 아닌 듯 멀게 느껴지는 때가 많다.

죽음을 머리로만 알던 때 와는 다르게 변화된 점도 있다.



나로 살고, 나로 돌아가겠다.


1. 인간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깊어지고,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민감성이 생겼다.

2. 일상의 순간들, 기쁨과 고통의 감정을 마치 내 일이 아닌 듯 바라보는 '알아차림'을 알게 되었다.

3. 자기 연민(자비)을 갖고 스스로를 대하기 시작했다. 왜냐면 나도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4.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장기기증서약서를 작성하고 등록했다.

5. 죽음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고 교육을 통해 타인들과 나누게 되었다.






아버지 형제들의 체형 변화


아버지의 형제들은 모두 체격이 좋다.

키도 남성 평균치를 웃돌고 뼈가 굵은 편이라 건장해 보인다.

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소화력도 좋다.

농사일을 하셨던 할아버지가 농주나 반주를 일상적으로 드시던 모습을 일상적으로 봐왔기 때문인지, 건강에 대한 자만심이 때문인지 술에 관대한 태도를 취했었다.

형제들 중에서 주량이 가장 적은 편에 속했던 아버지가 간 및 담도암으로 만 6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자 형제들은 적잖게 충격을 받은 듯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년이 채 안되었을 때, 작은아버지가 초기 위암으로 진단을 받게 된 일도 한몫했을 거다.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며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기 때문일까?

작은아버지들의 볼록했던 술배는 점점 줄어들어 예전보다 날씬한 형을 갖게 되었고, 술도 자제하는 모습이다.






엄마 얼굴이 더 밝아졌다!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엄마는 아끼는 옷을 더 이상 옷장 안에만 모셔두지 않는다.

건강이 허락할 때, 하루 라도 더 젊을 때

멋도 내고 자신을 가꾸기로 한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은 일상 속에 늘 존재하지만 그것에 발목을 잡히지 않기로 했단다.

예전에는 먹고사는 일로 바빠서 사치라고 여겼던 '배우는 일'에 훨씬 더 적극적이 되었다.

장구 치기, 붓글씨 쓰기,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검도와 댄스수업에 등록해 열정적으로 몰두한다.

휴대폰으로는 좋은 강의를 듣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작은 에피소드에도 잘 웃는다.

장애아동 돌봄 일로 파트타임을 하며 사회참여를 하고 있는 부분도 활력을 잃지 않는데 도움이 되는 듯하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전화해 불안과 염려를 늘어놓을 시간이 없는 삶 속에,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나이 듦과 상실은 여전히 두렵고 괴로운 일임을 인정하지만 거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빠 이야기만 꺼내면 여전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지만, 엄마의 얼굴은 부부가 함께 있을 때 보다 더 밝아졌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그런 엄마가 든든하고 고맙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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