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죽고, 다시 태어난다면

하루하루 죽음의 연습

by 리마인더



여전히, 초록빛으로



나는 낙하하고 있다
내 삶의 따뜻했던 날들을 뒤로한 채
하지만 슬프지 않다
허무하지 않고
두렵지도 않다
추억은 나를 향기롭게 할 뿐


어머니 같은 뿌리의 사랑을 받았고
눈부신 햇살의 축복을 받았고
바람과 같은 자유를 누렸으므로
언젠가 빛을 잃고 바스러질 운명조차도
오히려 나에겐
찬란하게 느껴질 뿐이다





교내 백일장이 열렸던 그 가을, 고즈넉하고 선선한 바람은 열아홉 여고생에게 쓸쓸함과 동시에 충만함을 알게 했다. 왕성한 생명의 기운을 내뿜는 여름이 한바탕 지나고 나면, 거짓말처럼 잎사귀를 각양각색으로 물들이는 나무는 비워내는 일에 꽤 능숙하다. 쌀쌀한 바람이 바바리 속을 파고들 때쯤에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양 잎을 전부 떨군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은 점차 말라서 결국엔 바스러진다. 매년 추운 겨울이 오면, 나무는 자연스레 죽음을 연습한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식구들과 잠시나마 눈을 맞추며 “잘 자~”하고 나름 다정한 목소리로 인사를 나눈다. 원래 휴대폰으로 이것저것을 검색하다 잠드는 날이 많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순간이 내 하루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 습관을 바꾸게 되었다. 웬만하면 곁에 누운 아이의 보드라운 살결과 머리카락을 한번 더 쓰다듬고 어루만진다. 그 고소한 살 냄새를 맡아보기도 한다.

이렇게 곁에 누울 수 있는 날도 그리 길지는 않을지 모른다.





잠의 신 힙노스(Hypnos), 죽음의 신 타나토스(Thanatos) 형제




서울대학교 김헌교수는 “죽음은 영원한 잠이고, 잠자는 것은 죽음의 연습이다.”라고 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잠의 신(Hypnos)과 죽음의 신(Thanatos)은 형제로 나타나는데, 실제로 잠과 죽음은 정말 모습이 많이 닮아 있다. 정말 우리는 매일 밤 죽음을 연습하고 아침이 밝아오면 다시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소중한 배움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간 기억에 오래 매여 있을 필요 없겠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돌아보며 후회하기보다, 지금 내 앞에 주워진 시간을 제대로 살아내는 게 더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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