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는데 온이가 뚱딴지같은 소리를 한다.
"아빠랑 결혼해 줘서 고마워요"
아빠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말을 아들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뜬금없지만 어쩐지 기분은 좋았다.
"여보 다시 태어나면 또 나랑 결혼하자"
나는 남편한테 질척대듯 말하고, 남편은 언제나 한결같다.
"응 나는 다음 생은 돌로 태어날 거야"
이 말이 서운하고 야속하고 이런 거 말고 그냥 웃기고 재밌었다.
돌로 태어나겠다는 남편에게
"나는 당신이 바위로 태어나면 그 밑에 암자를 짓고 살 거고, 돌멩이로 태어나면 주워갈 거야. 모래로 태어나면 병에 가득 담아 놓을 거고, 당신은 뭘로 태어나든 다시 만나게 될 거야"라고 미저리처럼 굴자, 표정이 없던 남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 맘대로 해. 어차피 맘대로 할 거잖아"
어처구니없는 표정과 말투는 기대했던 반응이어서 재미있었다.
그런데 온이가 기대하지 못한 말을 해주니까, 마치 엄청난 고백을 받은 것처럼 감격스러웠다.
'아빠랑 결혼해 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은
마치 내가 굉장히 좋은 엄마가 된 것 같단 착각이 들게 했고,
더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단 생각이 들게 했다.
내일은 내 속에 있던 어떤 마녀가 불쑥 튀어나와 너를 다그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아들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