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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수 Jul 16. 2022

고수익의 비결

사업하다

KBS 2TV에서 방영 중인 <요즘 것들이 수상해>에 출연했던 청년, 김예지씨가 한때 화제였다. '34세'의 나이에 청소일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8년 차라고 하니, 20대 때부터 청소일을 한 셈이었다. 그녀가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건 청소일을 시작한 나이나 청소일을 하게 된 이유 등도 있었겠지만, 그녀가 공개한 월 수익과 자산이 큰 몫을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월 수익이 400만 원을 넘긴 것은 물론이고, 8년간 청소일을 하며 자신 명의의 아파트까지 구매할 수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방송인 이경규씨가 자신의 딸에게 청소를 하라고 멘트를 던진 건 청소라는 일을 하고도 400만 원이라는 월 수익을 얻는 것에 기인할 터다. 그동안 청소일에 가해지던 '편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값어치이기 때문이다.


그 방송 이후 청년들이 청소일에 관심을 보인다는 기사가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 연예 면을 장식했다. 그들이 정말 청소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김예지씨의 사례는 슬프게도 예외의 경우에 해당한다. 청소일에 대한 그동안의 선입견도 '거의' 사실이나 다름없다. 저임금과 고연령층 등으로 상징되는 선입견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김예지씨가 굳이 화제의 인물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수 있었을까?


이율배반적이게도 예외와 선입견의 사례들은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어떤 계약형태를 띠느냐에 따라 예외의 예시가 되기도 하고, 선입견의 증명 사례가 되기도 한다.


김예지씨와 같은 예외의 사례는 '직접 계약'의 형태를 보인다. 그녀는 청소일이라는 노동을 직접 하기에 노동자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청소 '개인사업자'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녀는 청소 업체의 사장이면서도 직접 청소일을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나는 그 방송을 보면서 그녀가 차린 회사에 직원이 있다는 점에 눈길이 갔다. 순간,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그들에게 얼마나 좋은 대우를 해줄까?' 청소용역업체 대부분은 합법적인 선에서 직원들에게 최저에 가까운 임금과 처우를 제공한다.


그녀가 말하길, 직원은 한 명이라고 했다. 한 명이라도 직원이 있다면, '근로기준법'을 준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 유일한 직원은 '엄마'였다. 회사에 직원이 1명이든, 100명이든, 그들의 관계가 모두 '동거하는 친족관계'라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현재 김예지씨는 엄마와 따로 살고 있다고 한다. 엄마는 그녀와 '동거'하는 사이가 아니므로, 아무리 '친족' 관계라고 해도 노동자로 대우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장과 직원의 관계가 모녀 관계이기 때문에 기존의 청소노동자의 이미지를 그대로 투영할 수 없다. 이마저도 예외의 경우다.


청소용역업체의 사장인 그녀는 건물주와 '직접적인 계약'을 통해 건물청소 업무를 착수한다. 그 업무는 공장, 사무실 같은 건물 내의 복도, 계단, 화장실 등을 청소하는 것이며, 사장인 그녀가 대개 맡는다. 결국 건물주에게서 건물 청소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청소용역비를 받는 셈이 된다. 그 용역비 중 일부는 그녀 회사의 유일한 직원인 엄마의 임금과 4대 보험 등으로 지출될 것이다.


그녀 입장에서는 건물주와의 용역계약 건수가 중요하다. 물론 용역비를 얼마나 받는지도 주요한 조건 중 하나겠지만, 청소해야 할 건물의 수를 늘리는 것이 개인사업자 입장에서는 더 필수적이다. "오늘은 다섯 군데를 가야 해서 바쁘다"는 그녀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그녀가 인터뷰할 때, 뒤에 세워진 경차는 여러 건물을 돌며 청소할 수 있게 해주는 '기동성'을 상징한다. 그녀가 만약 박리다매식 사업을 하고 있다면, 그녀의 사업에 있어서 경차는 가장 중요한 '청소도구'라고 볼 수 있겠다. '트렁크에 청소도구가 실려 있는 경차'는 단순히 그녀의 인터뷰 배경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식품처럼, 그냥 소모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예외인 만큼 소수에 불과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에 김예지씨처럼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물론 우리나라가 '자영업자 천국'이라고 하지만, 그 수는 노동자의 합을 절대 넘어서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청소업계로 한정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사업이지 않은가. 사업이란 것도 어느 정도의 능력이 갖추고 있어야 한다. 초기 사업비용도 있어야 하고, 영업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많은 능력이 요구된다. 그 사업능력이 없는 이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파는 것으로 돈을 번다. 비교적 '안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업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공장이나 사무실  같은 곳에서 청소일고수익을 으려면, 노동자가 아니라 박리다매식의 사업을 하는 개인사업자가 돼야 한다. 하지만 청소사업을   있는 이는 소수다. 대다수는 노동자로 일하면서, 그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해야 한다. 사업가와 노동자 간의   간극을 방송  진행자들이나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알려주지 않는다. 오로지 30 사업가이자 프리랜서 작가의 고수익에만 집중할 뿐이다. 편견을 깨는  희소성이, 사실은 그 편견이 현실임을 자연스레 은폐시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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