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니'라는 인사

감정일기 #위로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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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언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삶을 살러 가는 일.


그 것은 나만큼이나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과의 암묵적인 동질감과 함께 끈끈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일이기도, 따뜻한 체온을 느낄 일이 조금 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하루 종일 들으며 온 몸이 긴장되어 있던 내게 창고 한 켠에서 몰래 사탕과 초콜렛을 주머니 속 가득 밀어넣어 주시던 빌마 아주머니를 기억한다. 콜롬비아에서 온 가족이 어려운 결정 끝에 미국의 끝자락인 플로리다에 자리를 잡는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의 따뜻한 체온은 엄마의 그 것과 너무나도 닮아서 나는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고 말았다. 엄마라는 말이 얼마나 아득하고 가녀린 말이었는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계란을 먹은 것처럼 목이 턱하고 막혀오는 것을 보면 이미 두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는 나보다 더한 감정을 느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 날 이후로 아주머니는 종종 나를 데려가 테이블 가득 따스한 음식을 차려 주었다. 오랜 바깥 생활 끝에 집에 도착한 날이면 언제나 엄마와 할머니는 따뜻한 국과 함께 고봉밥을 담아 내어 주시곤 했는데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어쩌면 마음 속의 허기를 채워주기 위한 위로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밥 먹었니?


그래서일까, 난 이 짧은 문장을 들을 때마다 언제나 가슴 한 켠이 시리다. 나의 물기 어린 외로움을 읽어버린 사람들은 어깨를 두드리거나 힘내라는 어설픈 위로 대신 언제나 '밥 먹었니?' 라며 안부를 물어왔으니 말이다. 배라도 불러야 비로소 외로워지지 않는 것이라며 접시 위로 한 가득 담긴 따스함을 조심스레 건내는 사람들, 입 안 가득 밀어넣은 그 것들이 위로라는 것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았다. 그 후로 난 종종 아픈 뒷모습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묻는다.


"밥은 먹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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