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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철 Apr 05. 2022

진해 벚꽃

2년 전 

창원 양곡에서 진해로 넘어오다 보면 신촌에서 구 마진터널이 나온다. 그 마진 터널을 지나면 장복산길이 나오고 터널을 지나면 진해 앞바다가 펼쳐진다.  진해 터널로 넘어가기 전에 왼쪽으로 구 터널을 이용하는 언덕길이다. 터널들이 뚫리기 전에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서 버스가 다녔는데 이제는 더 넓은 도로로 다닌다. 아직도 이 길을 걸어 진해로 넘어가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현지 사람들만 여유를 가지고 걷고 외지 사람들은 차로 대충 보고 막히는 길을 경험하고는 한 번 더 오고 싶다는 생각을 대개는 접게 된다.

진해역 앞전의 역은 경화역인데 경화역의 벚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경화역에 가는 길이 차단되어 할 수 없이 진해역 쪽으로 해서 해군 통제부 앞쪽 게이트로 해서 부대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축제가 열리지 않아서 게이트를 통제하고 있었다. 올해는 경화역이 열렸는데 가보질 못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오시지 말라는 동네 분들의 바람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데 한몫을 차지했다. 


여좌동의 벚꽃을 잊지 못하는 마음에 여좌동을 가보니 변하기도 많이 변했다. 양쪽으로 뻗어 있던 벚꽃이 한쪽은 사라지고 없었고, 물길 아래는 돌로 치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유채꽃이 심겨 있어서 삭막하지 않은 배경이었다.

이 길은 다양한 추억이 설여 있다. 가장 큰 추억은 대학시절 나와는 다른 과이지만 같은 사범대학을 다니면서 스터디를 함께 했던 친구의 집이 여좌동이었다. 부모님께서 이곳에서 가게를 하셨는데 가시면 어머님께서 아주 따뜻하게 맞이 해주셨다.

두 번 째는 대학 시절에 기찻잔에서 만난 큰 인연인 미국인 부부 리차드 아저씨와 조안 아주머니의 집이 이 근처였다. 미 해군본부 옆이라 나는 에스코트를 받아서 그쪽 레스토랑과 빙고게임과 같은 소셜클럽을 함께 다니곤 했다. 버스를 타고 주말이면 그분들의 집에 자고 가기도 했고 같이 전국을 여행도 했고 우리 전체 서클 사람들을 불러서 파티도 했고, 항공 관련 엔지니어들과의 파티, 미국인들과의 파티 등 다양한 행사에 나는 참여하였다. 지금은 슬퍼게도 미국 아저씨는 미국 텍사스로 귀국하신 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주머니는 가끔씩 페이스북에서 뵙기도 한다. 그분들이 내게 해주셨던 많은 인생의 모습들을 떠올리면 너무 신세를 많이 졌다. 젊은 용기에 나서서 그분들에게 대단한 제의도 했다. 보고 싶은 아저씨...

벌씨 30년이 다되어 가는데 나무들이 많이도 자랐다. 여좌동 동네길은 일본의 벚꽃 동네길과는 또 다른 맛이 난다. 주차를 길에 한다는 것은 상상을 못 하지만 우리나라는 골목마다 주차장이다.

여좌동 여좌천 앞의 천리교 진해교회다. 오후의 햇살이 벚꽃에 비쳐 빛이 나는 벚나무의 모습이 종교적인 냄새가 물씬 난다.

진해역은 이제 폐역이 되어 운영하지 않는다. 옆의 굴다리 아래로 통하면 바로 여좌동으로 갈 수 있다. 오고 가고를 많이 했는데 마산에서 진해와서 여기 내리면 진해 백장미 빵집도  들리고 여좌동 아저씨 집을 나와서 버스를 타기 위해 이용했던 통로인데 이 날은 바빠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15년 전의 경화역의 풍경을 꺼내 본다. 이제는 저 길에 있는 벚꽃 나무들이 너무 자랐고, 철길을 따라 펜스가 만들어져 있다. 

해군 통제본부 앞 게이트가 저 앞인데 차를 방향을 돌렸다. 이 길은 ADD출장소가 나오는 길이다. 너무 사람이 없던 날이어서 쭈욱 걸어내려 가는 것을 참으로 편안한 시간이었다. 진해도천초등학교의 충장로 길이다. 진해 통제부로 들어가는 게이트 앞에서 JK컨벤션웨딩으로 가는 길이다. 특히 JK컨벤션웨딩 앞에는 멋진 커피숍이 있다.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한적한 곳이다.



무엇보다 진해는 한국에서 제일 따뜻하고 꽃소식이 먼저 오는 곳이다. 미국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진해가 텍사스보다는 살기가 훨씬 좋고 매력적이라고 하시면서 한사코 창원의 저렴한 곳을 제치고 비싸고 먼 진해를 선택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멋과 낭만을 너무 잘 아시는 분이셨다. 참 그리운 분들이다. 대학시절 신세를 너무 많이 져서 어떻게 갚아 드려야 할 지도 모르는 사이에 세월이 흘러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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