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사회생활
무심씨는 도통 웃을 일이 없다. 아이가 어릴 때는 옹알옹알 예쁜 짓도 하고 엄마 품에 쏙 안겨 쌔근쌔근 웃으며 잠들기도 하고 ‘엄마한테, 아빠한테”하며 아이가 나한테 오길 바라며 박수도 치고 그랬는데..
또순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무심씨가 아닌 또순이가.
또순이는 5살이 돼서야 유치원에 들어갔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지만 처음 하는 기관 생활에 무심씨는 걱정이 앞섰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 울지는 않을까, 아이들이랑은 잘 어울릴까? 밥은 잘 먹을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자식들의 첫 사회생활에 설렘 풍선이 커질수록 걱정도 커지기 마련이다.
아이의 사회생활이 시작되면 엄마의 새로운 사회생활도 시작되기 마련이다. 공심 언니는 무심씨에게
“자고로 아이의 스펙은 시작은 유지원에서부터야. 그래서 다들 영유 보내는 거고”
“영유? 영어 유치원이요?”
“그럼, 사립학교 들어가면 영유 모임이 따로 있다니까”
무심씨의 경제적 정서적 형편상 영어유치원은 Out.
‘한글도 모르는데 무슨 영어유치원? 나중에 나한테 영어로 욕하면 어떡해? 내가 못 알아들으면’ 외벌이로 한 달에 150~200만 원을 유치원부터 쏟아부을 수 없는 경제적 능력도 들키기 싫었다.
또순이는 동네, 그러니까 집에서 가까운 동네 유치원에 입학했다. 이곳에 들어가기 전 국공립 어린이집 상담을 갔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랑 대판 싸울 뻔했다.
“입학 상담 왔는데요, 또순이”
“아, 네 여기 앉으세요”
“여기도 대기가 많죠? 국공립이라서?”
“그런 편이죠, 부모님 모두 근로자 이신가요?”
“아니요, 저는 회사 안 다니는데요?”
“그럼 또순이 1명인가요? 자녀는?”
“네”
“어머니, 상담은 해드리는데 아니, 대기는 걸어 들이는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엄마가 전업주부이고 다자녀가 아닌 경우에는 가점이 낮아서 대기를 걸어도 확률이 거의 없! 다! 고! 보시면 됩니다.”
“아니, 국공립 어린이집이 무슨 아파트 청약도 가점이니, 뭐니, 그리고 집에서 애만 본 적 있어요? 전업주부는 집에서 애랑 놀기만 하는 줄 아세요? “
“그게 아니고 방침이 그렇습니다. 대기 걸어 들일까요?”
“장난해요? 되지도 않는다면서 사람 놀려요?”
무심씨는 절대 무심하지 않게 크게 온 마음을 다해 화를 내고 나왔다.
“이런 ㅆㅂ 같은 세상, 확 그냥 영유 보내?”
무심씨는 저 밑에 숨겨 두었던 욕들을 하나하나 꺼내 맑은 공기를 쐐 줬다.
“야? 저 아줌마 존X 욕 잘한다. 대박! 처음 들어보는 욕도 있어”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게 아줌마라고 하잖아, 우리 엄마도 대박 욕 잘해”
“차원이 달라, 왠지 고급지고 무서워”
무심씨 곁을 지나가던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무심씨에게 무한 감탄?을 하며 엄지 척을 날렸다.
또순이는 무심씨의 걱정과는 다르게 똑소리 나게 사회생활을 잘 해냈다. 엄마 보고 싶다고 울지도, 친구들과 못 어울리지도 않고 밥도 집에서보다 더 잘 먹었다. 한 학기 동안 키도 몸무게도 훌쩍 자랐다.
‘무심씨? 그동안 집에서 이이를 어떻게 해 먹인 겁니까?’라는 소리 들을까 걱정이다.
무심씨는 그렇게 또순이의 알을 깨기 시작했다. 그 알 끄트머리에 있는 무심씨의 그것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