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無心)씨

7. 전동칫솔

by 조안

무심(無心)씨


7. 전동칫솔


무심씨는 지난밤 잠을 못 잤다. 애 낳고 요실금은 있었지만, 이른 새벽부터 화장실을 왔다 갔다...

소변을 보고 돌아서면 또 가고 싶고, 잠들만하면 또다시 화장실로..

어스름 밝아오는 빛 속에 시계를 보니 5시가 조금 넘었다. 이상하다. 변기에서 일어나기가 불안하리만치 아랫배가 묵직하다. 아니나 다를까 하얀 휴지에 붉은 자국이…


그날 아침도 여느 때와 같이 시작했다. 고장 난 FM 라디오를 켜고 차가운 물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아이들과 신랑을 깨워 아침상을 차린다. 물론 계란도 3개 …

“여보야? 나 아무래도 좀 그렇네 소변에 피도 보이고”

“응급실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조금 있다가 아이들 보내고 외래로 가지 뭐”

“그럴 수 있겠어? 그럼 그렇게 하던”

‘그대 눈에는 괜찮아 보이냐? 무심한 듯 혼잣말로 욕지거리를 해본다.


비뇨기과에 두 번째로 앉아본다. 아기 낳고 요실금 때문에, 그리고 지금

웬 할아버지들이 이리도 많은지.. 빨리 걷지도 못하시고…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아랫도리가 편치 않은 모양이다. 그 속에 나름 젊은? 무심씨에게 눈빛이 몰린다. 무심씨는 ‘저도 아랫도리가 불편해요, 그것도 심히’라고 눈빛으로 답변을 보내본다.


“아무래도 입원을 하시는 게 좋겠어요, 열도 좀 있고 신우신염인 듯싶어요”

“잠시만요, 신랑한테 전화 좀 해보고요”

“여보야, 입원하라는데 어떻게 할까? :
“음, 많이 심각하대? 잠깐 생각 좀 해보자”

무심씨의 머릿속에 무심하지 않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여보야? 애가 열이 좀 많이 나네,, 독감인가 봐”

“그래?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기다려” 이랬던 사람이 마누라가 아프다는데 생각해 보자고 하니 무심씨는 빈정이 확 상했다. 자식은 본능이고 마누라는 생각의 문제라니…


‘아무래도 입원은 힘들 것 같고요, 약 먹고 통원할게요”

“그럼 약 처방해주고 주사 놔줄 테니 맞고 가시고요, 오늘 밤이라도 아프면 응급실로 내원하세요

오늘 혈액검사, 소변검사는 하고 가세요”

그 후로 꼬박 5일을 끙끙 앓았다. 물로 독박 육아를 하면서, 그중 2일은 신랑 출장으로 인해 밤낮없이..

“어머나, 세상에 안 아프셨어요? 일반 신우염이 아니라 슈퍼 박테리아 아주 못된 놈이 들어왔었네요. 약도 안 들었을 텐데”

“네, 죽을 뻔했어요. 너무 아파서”

“약 바꿔 줄 테니 먹고 한동안 병원 다니세요, 천만다행이에요. 요놈들은 몸속 구석구석으로 옮겨 다닐 수 있거든요. 다른 장기로 가면 정말로 큰일 나는 케이스도 많고요”


지난겨울 독감을 두 번이나 앓았던 무심 씨. 그때는 독감이 제일 아픈 줄 알았는데 이번엔 ‘아, 이래서 사람이 죽는구나’ 싶을 만큼 아팠단다. 그래도 한편으론 박테리아가 고맙다. 몸속에서 다른데 안 돌아다니고 무심하게 나가주어서… 세상 고맙네 생각 많은 누구보다.




매주 금요일면 무심씨는 욕실 청소를 한다. 개운치 않은 엉덩이로 변기에 앉아 욕실 구석수석을 살펴본다. 타일 사이사이에 기생하고 있는 검은 때가 눈에 들어온다. 불쾌하다. 여러모로

고무장갑을 끼고 거울을 보니 전동칫솔이 징징거리고 있다.

무심한 듯 전동칫솔로 타일 사이사이를 닦아 본다. 세상에나 잘 닦인다. 것도 아주 잘~~

툭툭 털어내니 칫솔모에 묻은 때들도 미련 없이 떨어진다.


“있잖아, 왜 자꾸 배가 아픈지 설사끼도 있고”

“그러게, 뭐 잘 못 먹었어?”

무심씨는 늘 그렇듯 무심하게 대거리를 한다.


무심씨네서 전동칫솔은 단 한 사람만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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