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ry Mom _분노일기

3. 키질로 마음을 까부르자.

by 조안


3. 키질로 마음을 까부르자.


세상 참 좋아졌다. 씻어 나온 쌀도 있고, 아닌 것도 물로 서너 번 씻어내면 고슬고슬 맛있는 밥이 된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밥을 먹다 이가 부서질 듯 한 경험이 여럿 있었다. 뱉어보면 으스러진 깜장 돌가루들이 으깨진 밥알 사이에서 웃고 있었다.


엄마는 쌀을 씻을 때 조리를 이용해서 쭉정이도 걸러내고 돌고 걸러내고 했다. 그리곤 박박 문질러 씻어 희뿌연 쌀뜨물을 흘려보냈다. 더 오래전 할머니는 키질로 쌀 속에 쭉정이와 지푸라기, 돌 등을 걸러냈다고 하신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흰쌀을 무심하게 씻어 내어 밥을 한다. 그러나 밥 한술에 무언가 으그적 씹히면 잔뜩 성난 얼굴로 뱉어내고 어떤 이들은 사진을 찍어 구매한 곳에 보내거나 ‘절대 사지 마세요’라는 내 탓은 없는 냥 글을 달곤 한다. 한 번이라도 눈여겨 쌀을 씻었다면 볼 수 있었을 텐데..


두 아이를 한 번에 양육하다 보내 가끔은 ‘아닐 거야, 괜찮아’하면서 넘겨버린 시간들이 생기곤 한다. 생각 없이 두 아이를 비교했을 테고, 표정 없는 얼굴로 아이들의 요구를 넘겼을 때도 있었을 테고, 온 마음으로 이야기했을 자신들의 마음을 흘려 들었을 수도 있다. 분명 있다. 그런 시간들이… 생각 없이 쌀을 씻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성장 시간에 끼어 있던 쭉정이들을 가려내지 못했다. 지금 그것들이 내 먀음에서 으그적 씹혀서 아프고 불쾌하다.


가족회의를 거쳐 모두가 심리검사를 받기로 했다. TV에서나 보는 ‘금쪽같은 내 새끼’들을 위한 오데카솔 (오은영 박사의 처방에 대한 애칭?)을 찾기 위해서..


상담이 처음이던 남편과 아이들은 의심스러운 그리고 낯섦에 대한 어색함을 잔뜩 품고 상담센터를 찾았다. 오은영 박사님께 우리가 너무 익숙해 있었나? 조금은 수더분하시고 조금은 나이도 있으시고 아이들 눈에는 할머니에 가까운 분이 웃으면서 푸근하게 맞아 주셨다.


“안녕하세요? 어쩜 이렇게 아이들이 예쁠까요? 어서들 오세요”

“동동이와 겸둥이 안녕”

아이들은 어색함에 눈도 못 마주치고 남편과 내 품을 파고들었다.

“그래요, 무슨 고민이 있으셔서 오셨을까요?”


처음엔 망설이다 그간 있었던 힘든 일들을 여름철 홍수에 터진 뚝처럼 마음속 고여있던 흙탕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두서없이 점점 격양되게…


“아이고, 힘드셨겠어요. 그런데요. 지금 겪고 계시는 것들이 특별해 보이죠?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일들이랍니다. “


‘사소해? 내가, 우리가 겪은 일들이? ‘


“9살 아인데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면 최고잖아요. 에너지가 넘쳐흘러 감당을 못하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너무 조용하고 말도 없이 존재감 없어 오는 아이들도 있는데요..”


“문제 있는 아이들은 없어요. 가랑비에도 흠뻑 젖고 살랑바람에도 뿌리째 흔들리는 어른들이 문제죠”


그런가? 내가 겪었던 일들이 계절이 바뀔 때 내리는 가랑비랑 꽃을 피우기 위해 부는 살랑바람이었던가? 아이들의 계절이 바뀜에 그렇게도 호들갑을 떨었던 걸까? 모든 게 흔들거렸다.


“자, 그럼 아이들과 그리고 엄마, 아빠의 마음을 한번 알아볼까요?”


원장님은 아이들은 기질과 성격검사, 그리고 문장 완성, 그림검사를 어른들에게는 기질검사를 추가로 제안해 주셨다. 그 자리에서 검사지를 받아 들고 터벅터벅 나왔다.


이번 키질로 우리 가족의 쭉정이와 박혀있는 돌멩이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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