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열려라 얍!
4.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열려라 얍!
옛날 옛적 이야기를 보면 도깨비들이 방망이만 두들기면 소원도 이뤄지고 금은보화도 쏟아지고 한다. 굳게 닫힌 동굴 문도 열리고.. 어릴 때는 우락부락 도깨비가 무서운 게 아니라 천하무적 해결사로 보였다. 지금 나는 도깨비의 그것이 필요하다. 절대 알 수 없는 내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네 마음을 열어줘..’
동동이의 마음의 지도를 찾아보기로 했다. 아니 우리 가족 모두의 비밀지도를 찾아보기로 했다. 말하기 그런, 나도 모르는 나는 누구일까? 내가 낳았지만 내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너무 길고 험할까 쉽사리 떠나지 못했던 겁내고 피했던, 아니 외면했던 그 길을 이제는 가 보려 한다.
수능 이후로 이렇게 많은 시험지와 답안지를 받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와 객관식?이라고 해야 하는 문제들… 매우 그렇다, 그렇다.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 한 문항씩 넘어갈수록 그렇다와 그렇지 않다 사이의 내 감정과 생각들, 내 아이의 마음과 상태를 잘 골라야 했다.
< 기질: 생애 초기부터 관찰되는 정서, 운동, 반응성 및 자기 통제에 대한 안정적인 개인차 >
< 성격: 개인을 특징짓는 지속적이며 일관된 행동양식. >
상담 선생님께서는 아이의 기질과 성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기질은 타고나지만 성격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기질과 성격? 이게 다른 것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다. 100문항 가까이 문제를 풀면서 수없이 많은 순간 엄마로서 외면하고 싶은 문항들과 치열하게 냉정하게 대면해야 했다. 분명 답안은 ‘그렇지 않다’인데 자꾸 펜의 끝은 ‘그렇다’로 향하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날 선 현실에 베이고 또 베였다.
우려했던 대로 동동이는 위험회피는 높고 참을성은 없고.. 쉽지 않은 기질을 타고났다. 그나마 성격에서는 표준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았다. 타고난 기질이 예민하고 참을성도 없고..
내 아이는 이 세상이 너무 무섭고 겁나는데 궁금한 것도 너무 많은 그래서 불안하고 참을 수 없어서 꽤나 불편한 삶을 살고 있는 아이였다. 그저 엄마 아빠 품에서 한 없이 해맑게 자라야 하는데 그 품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친구는? 없다.
우리 엄마는? 늙었다.
학교는? 힘들다.
나는 친구가? 없다.
나는 때때로? 슬프고 심심하다.
내 아이는 왜 이리 공허할까? 나는 왜 이리 모자란 엄마일까? 정말 내가 나이가 많은 게 아이에게는 상처일까? 아니, 어떻게 더 해줘? 뭐가 모자란 건데? 너무 잘해줘서 그런 건 아닐까? 오냐오냐 키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정답일까? 도대체 왜? 무엇이?
수많은 질문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긍정과 부정의 질문들, 안쓰러움과 분노의 질문들, …
불합격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