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려웠던 일, 두 가지가 있었다. 얼굴에서 내 감정을 지우기. 그리고 입 발린 소리 하기. 분명 미숙했다. 포커페이스란 말은 내게 어울리지 않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건 더욱 힘이 들었다. 그래서 내 감정이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다스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안 좋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거짓말을 조금 덧댄 안부와 칭찬은 목에 걸렸다.
하지만 '포커페이스의 기술'과 '본심과 다른 말'은 사회생활에서 꽤나 유용해 보인다. 때론 프로페셔널해 보이기도 한다.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것을 보통 '위선'이라 칭하지만, 그 단어가 전하는 부정적인 감정과는 달리 위선의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다.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고, 미소 속에 가려진 본심이 관대함으로 위장되기도 한다.
사실,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중요하다. 모든 감정을 다 드러는 내는 것은 어린아이와 같다. 그래서 개인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은 분명 옳은 일이다. 그런데 마음에도 없는 말은 참 어려웠다.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함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본심이 아닌 거짓을 말하기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힘들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기분이 나빠도 아무렇지도 않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 무조건 정직함이 옳아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무엇이 진짜인지도 헛갈리는 예의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살아간다. 내가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유지하게 위해서, 사회적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등등.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 한때 난 거짓 마음이 괜찮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멋지지 않아도 칭찬을 하고, 반갑지 않아도 환하게 웃는 것이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예의라고 생각을 했고, 그런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관계를 맺는 상황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그걸 상대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화창에 수많은 웃음 표시를 넣어 대화를 하더라도, 결국 나에 대한 진심을 알게 되는 순간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고, 그것을 아는 순간 관계의 깊이는 변하게 되어있다. 만약 내가 믿었던 진심이 아닌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걸 알게 된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어쩌면 성공하는 사람 일록 '상대에 대한 진심을 가리는 기술'이 탁월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사람은 진짜 내 사람을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영혼을 가진 사람은 언젠간 그 사람의 진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시간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알게 된다. 그가 가진 나에 대한 진심을 말이다. 물론 그 기술이 너무나도 탁월한 나머지, 아무도 모르게 진심을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그 사람의 영혼에 유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사람을 대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해졌다. 애써 내 진심을 포장하기 위해 거짓으로 웃을 필요가 없어졌고, 나에 대한 상대방의 감정에 휩쓸리지도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상대도 언젠가 나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조급한 마음도 사라졌다. 설령 그가 오해한다고 할지라도 그건 그의 몫이다. 사람을 대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은 상대에게 무례하지 않은 솔직함이다. 정직함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된다면, 그건 솔직을 넘어선 자기중심의 언어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누군가에게 거짓 없는 사람이고 싶다. 어쩌면 솔직함은 위선보다 더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이다. 솔직하다는 것은, 내 생각과 마음의 모든 것을 전부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감정을 상대방이 상처를 내지 않을 정제된 표정과 언어로 담담히 말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 말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진심까지 있어야 한다. 그 능력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한다.
세상은 처세술을 말한단다. 어떤 사람은 많은 훈련과 환경에 의해 그 기술이 늘어나기도 하지. 하지만 사람은 참 신기하게도 그 진심을 언젠가 알게 되더구나. 아마 그걸 알게 되어도 그는 내색하지 않겠지. 그리고 상대의 거짓 마음과 행동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처세술은 꽤나 매력적인 방법으로 보일 거야.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을 얻기 때문이지. 그런데 그걸 기억해보렴. 입에 좋은 것이 반드시 몸에 좋은 건 아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 상대에 대한 진실한 마음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포기를 한단다. 하지만, 오래 담근 장이 깊은 맛을 내듯 사람도 마찬가지야. 신속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렴. 진짜 좋은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마련이지. 그래도 그렇게 얻는 사람은 네가 어떤 상황에 있든지 한결같은 사람이기에 서두르지 않고, 솔직함을 표현하는 법을 알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