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eJin Han Nov 01. 2020

사랑의 매?

 

세상에 나가기 전, 우리는 부모님에게 훈육을 받는다. 다양한 훈육 방법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회초리로 매를 맞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를 살았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러했다. 그런데 이제 사랑의 매는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징계 조항이 민법에서 삭제된다. 심지어 가해자(부모)가 접근 금지 등의 조치를 위반했을 때 최대 3년 이하 징역형이 가해질 수 있다.


이미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된 지는 오래다. 선생님의 권위는 이미 낮아졌다. 선생님을 고발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전히 착하고 선생님을 존경함에도 이미 법으로 선생님을 고발해도 된다는 사실이 학생과 교사 사이에 선을 긋고 있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 선생님의 권위는 꽤 높았다. 그래서 잘못을 했을 때 엎드려 뻗쳐를 하고 걸래대로 맞아도 선생님을 고발한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이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선생님의 매를 맞기도 했고, 때리지 말아야 할 신체 부위에 체벌이 가해지기도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선생님의 권위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될 행동임을 인정한다. 왜냐하면 나이가 어릴수록 상처의 깊이는 매우 깊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학생이 치러야 할 대가는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제재를 한다면, 괜찮다. 그것은 마치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어른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지도하기 위해 때리는 매는 다르다. 특히 부모의 매는 더 그렇다. 나는 아직 부모가 아니다. 부모가 아니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아이를 때리고 싶어서 사랑의 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를 맞거나 맞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아동학대를 규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학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매를 들지 말라는 법의 규정은 마치 국소부위 마치만 하면 되는 치아를 치료하기 위해 전신 마취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매에 대한 처벌로는 아동 학대를 막지 못한다. 오히려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처벌에 대한 법이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를 위한 보호정책 하에 행해진 것이지만, 다른 방식을 고민했어야 하는 문제다. 


초등학교 때, 엄마는 내가 잘못하면 매를 드셨다. 대부분의 내 또래가 그랬을 것이고, 얼마 전까지도 그래 왔다. 그렇게 엄마에게 매를 맞았지만, 나는 엄마가 나를 학대한다거나, 미워서 때린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런 마음이 들었던 때는 다른 때였다. 말로 상처를 주거나, 비교를 하거나, 관심이 없다고 느낄 때다. 아이는 안다. 엄마의 매가 어떠한 마음으로 때리는지 않다. 물론 그 매가 자신의 분노와 화를 담은 매가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을 것이고, 그 아이가 자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젠 사랑의 매는 법으로 금지되었다. 부모는 자식에게 매를 들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체벌을 금지하기보다, 부모가 아이를 체벌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지를 교육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국가 경제의 성장 시대를 살아온 우리 시대의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체벌하고, 양육해야 할지를 배우기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분명 매를 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인지시키고, 아이를 혼낸 이후에 어떤 방식으로 위로해야 하는 지를 교육한다면, 분명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진 세대다. 부디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든 매를 보며, 아이가 부모를 고발하는 시대가 되는 역기능의 사회가 오지 않기를. 내 아이를 어떤 방식으로 훈육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눈물 흘릴 부모들이 늘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Dear J

부모는 인생에서 마주하는 최초의 권위이지. 그래서 아주, 아주 중요해. 중요한 만큼 부모의 책임이 큰 거란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신뢰를 배우고, 사랑을 배운 지. J, 너도 그랬지? 네가 자랄 때, 부모의 매가 너를 육체를 아프게 했지만, 그것을 통해 네가 부모의 사랑을 의심하진 않았을 거야. 

그래, 세상에는 분명 도덕적이지 않은 부당한 부모도 있지. 아이를 학대하고, 버리는 부모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할 거라 믿는다. 부모의 권위를 통해, 사회에서 나가서 윗사람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너도 부모가 돼보면 알 거다. 아이를 훈육할 때, 매를 들게 되면 그 부모의 마음은 더 아프다는 걸, 그렇지만 앞으로 자녀의 인생이 구불구불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부모의 본심을 말이다. 아이가 아플 때, 자신이 대신 아프기를 바라지. 그게 부모의 마음이란다. 매를 들 때도 마찬가지지. 사회에 나가서도 위치와 질서를 배우기를 바라는 부모의 사랑이란다. 



Dear J

아동학대는 사라져야 할 것이 분명해. 아이는 소중히 다뤄야 할 생명이고, 다음 세대를 책임질 자원이니까.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권위는 깊이 반성하고 돌이켜야 한다. 그런데 말이지. 그걸 위해 부모가 아이의 성장을 위해 때리는 매를 막는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일이란다. 부모는 네가 만나는 최초의 권위란다. 권위는 존중받아야 하고, 존중받기에 합당한 권위가 되는 것은 그 사람의 몫이지. 최초의 권위가 매를 들지 않아도 훈육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렴. 아직 아이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나이지. 그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칠 때, 말로 잘 설명을 해야 하기도 하지만, 선을 넘을 때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려줘야 해. 이성이 있는 어른들이 법을 어겼을 때, 때로는 벌금형을 매기기도 하고, 감옥에 가서 잘못을 뉘우치는 것처럼,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게 맞단다. 아이가 인지할 수 있도록 말이지. 단, 부모는 화의 감정을 없애고 때린 이후에 아이를 꼭 안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너를 미워서 때린 것이 아니라, 사랑이란 걸 알도록 말이야. 



이전 16화 넘어선 마음, 탐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