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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Jin Han Nov 01. 2020

넘어선 마음, 탐심

지켜야 할 선을 넘을 때, 언제나 탈이 난다. 그래서 선을 지는 것은 삶에서 중요하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욕심을 낼 때, 감당하지 못할 일을 할 때, 먹지 못할 양을 먹을 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을 때, 지켜야 할 감정을 드러낼 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내 것이 아닌 다른 것을 탐하는 마음 혹은 과도한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한다면 과한 표현이라고 말할까? 그렇다면,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수도 있다. 혹자는 욕심과 탐심으로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지 않느냐'라고 묻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추구하는 성장이 과연 진정 행복할 수 있을까?를 질문하고 싶다.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을 갖기 위해 무엇을 희생하거나, 탈취하거나, 과한 노력을 했을 때 얻어지는 행복이, 과연 얼마큼 클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얻은 성공과 목표 달성이 그 인생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도 묻고 싶다.


요즘 방송에서 '서울에는 우리 집이 없다' 프로그램을 한다. 서울 아닌 외각에서 자신이 꿈꾸는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 집에 깃든 이야기를 듣는 집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프로그램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살기를 원하고, 서울에 집이 있기를 꿈꾸고, 서울 어느 지역의 몇십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 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과 그것에 더해진 욕심을 추구하며 산다면, 어쩌면 '서울에는 우리 집이 없다'에 나오는 사람들이 갖는 행복을 누리지 못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서울이 아닌 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집이 꽤 좋아 보이므로, 상쇄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그곳에 가서 살 수 있는지? 에 대한 답에 흔쾌히 가겠다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을 것이다. 환경과 여건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여전히 내려놓지 못한 사회적 기준도 있기 때문이다. 그 프로그램에서 사는 이들의 집들이 몇십억을 호가하는 집이 아니다. 서울 평균 전셋값으로 어느 지방의 건물주가 되기도 하고, 혹은 10억 원 정도로 1600평의 정원을 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맞춰 살기 위해 삶의 일부를 포기하고 애쓰는 삶이 아닌, 자신이 가진 것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찾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얻지 못하는 저마다의 행복과 여유, 감사로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내 것이 아닌 것을 달성하기에 위해 쫓기듯 살아간다. 그런데 그렇게 인생을 살기엔 너무 짧고, 허무하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이 깨닫게 된다. 삶의 소망과 희망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소망과 희망이 과연 누구의 것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인지, 남이 좋다고 하니까 선택하는 것인지를 모르면서 그 길을 걸어간 때가 있었다. 작은 규모의 기업보다 글로벌 규모에서 일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그래서 그 열망이 이루었다. 그곳은 작은 회사와 다를 것이라 믿었다. 물론 달랐다. 사람도 다양하고, 인맥도 다양하고,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곳이기 때문에 규모의 안정감을 무시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나는 내가 그곳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깎아서라도 그 형태에 맞춰서 조직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다. 조직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세워 놓은 가치에 내가 적응하려고 했음을 말이다. 그런데 난 그 적응에 성공하지 못했다. 남들의 시선에 꽤 괜찮은 조직이고, 누군가는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과 내 안의 내적 갈등이 심하게 갈등할 뿐이었다. 그리고 건강마저 나빠졌다.  


스스로를 속이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나를 나답게 하기보다, 남다운 것을 나답게 만들기 위해 애써 것들을 많다. 쉽게 생각하면 무엇 하나가 유행하면, 모든 TV 프로그램과 광고에 한동안 그 유행하는 것 외에는 마치 없는 것처럼 도배를 하는 현상도 이를 증명한다. 그것이 아니면 모든 것이 다 무의미한 것처럼, 오직 그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유행하는 것만 보아도, 사회 분위기가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게 한다. 


그때가 정신을 차리고, 내 마음을 지켜야 할 때다. 집의 문제가 아닌 진로, 가치, 만남, 자녀 등 삶 전반에 걸쳐 그 선은 우리를 보고 넘어오라고 손짓할 때가 있다. 그 순간 그것이 내가 걸어야 할 길인 지, 나와 맞는 길인지를 신중히 살펴야 한다. 나도 매 순간 기억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속도와 방향가 아닌 내 속도와 방향으로 내 마음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Dear J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과한 마음은 선을 넘는 우를 범하게 되지. 그것을 우리도 깨닫지 못하는 순간에 벌어지기도 하니 위험하기까지 해.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잘 지키고 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네가 깨닫는 것만으로도 그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 참 기쁘다. 욕심과 탐심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감정만큼 우리 주변에 찾아오는 욕심과 탐심은 꽤나 매력적이란다. 그래서 우린 착각을 하지. 그 선을 넘어도 된다고 말이야. 그래서 위험한 것이란다.

 

하지만, 우린 욕심과 탐심으로 거짓 행동과 말을 하기도 하고, 해서는 안될 것들을 손에 대기도 해. 거짓을 포장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나날이 늘어가니까. 그것이 그 순간엔 오래 지속될 것 같고, 영리한 듯해 보이고, 빠른 길로 인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단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네가 걸어야 할 그 길을 걷는 강하고 담대한 마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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