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를 따뜻하게 한 이웃의 배려
고맙습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총 26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과 2층엔 상가가 있고, 3층부터 26층까지 여러 집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딱 중간인 15층으로, 경치가 좋고 주변 이웃들이 조용해 사는데 별 불편이 없다. 토요일의 어느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하고 엘리베이터 홀로 가고 있는데 맞은편 복도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별생각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는데, 나보다 먼저 도착한 맞은편 복도의 이웃은 양손에 쓰레기를 들고 있었고, 2대의 엘리베이터 버튼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여기까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두 대의 엘리베이터 중 더 빨리 오는 걸 타려나보다, 그러고 다른 엘리베이터는 끄려나 보다. 그 정도였다. 나와 이웃은 버튼이 눌린 두 대의 엘리베이터 각각의 앞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내 앞의 엘리베이터가 먼저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내가 먼저 열린 엘리베이터로 들어섰다. 이웃이 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타지 않았다. 그때서야 난 두 대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이유가 있음을 직감하고 밖으로 나가 이웃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먼저 온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내가 사는 102동은 300세대가 넘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홀의 엘리베이터도 총 4대로 출퇴근 시간에는 한참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이용자가 많다. 이웃은 양손에 쓰레기를 들고 있었고,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곳으로 나가려면 1층,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면 지하 1층으로 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여기서 재밌는 건 1층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출구와 지하철 역과 가까운 지하 1층의 출구로 나가는 방향이 달라서, 내가 원하는 출구와 가까운 엘리베이터도 다르다.
먼저 온 엘리베이터는 내가 가려는 지하 1층의 출구와 가까웠고, 버튼을 눌러둔 다른 엘리베이터는 그가 가려는 1층과 가까웠다. 그 이웃은 단지 자신이 갈 1층이 아닌 지하 1층으로 가려는 이웃을 배려하려는 생각이었을지, 아니면 이 모두를 계산해 보고 먼저 온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최소한 행선지가 다른 이웃을 배려하려는 건 확실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헤아리니 저절로 감동이 밀려왔다. 그날 이웃이 어떤 집에서 나왔는지는 기억나지만 그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날 하루종일 당신의 배려에 내 마음이 따뜻했다고, 작은 목소리로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