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란
우리 도서관은 입구에서부터 음식물 반입금지 안내를 하고 있다. 주변이 식료품과 먹을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있는 까닭에 종종 음식을 먹으며 들어오거나 몰래 가져와 먹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냄새만 안 나면 그만이라며 질겅질겅 껌을 씹기도 하고, 손 시린 붕어빵의 계절에는 봉지를 펼쳐 놓고 붕어빵을 먹기도 한다. 작은 아이들은 막대사탕 하나, 과자 하나에도 형제자매와 다투곤 한다. 열람 테이블마다 음식물 반입금지 안내를 붙여 놓았지만 몰래 먹는 간식에는 무용지물이다.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에 있는 작은 텐트 안에서 지퍼를 잠가두고 간식을 먹는 초등학생들은 항상 흔적을 남긴다. 그들의 특징은 일단 다 먹고 나갈 때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항상 귤껍질 몇 조각, 과자 봉지 일부를 남기고 가 쉽게 알 수 있다. 어린이 대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간혹 간식을 나눠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꼭 도서관에서 먹지 말고 집에 가는 길에 먹으라고 당부한다. 보통 젤리나 멸균 주스 같은, 보관이 용이하고 냄새나 소리가 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고 일부러 그런 종류로 골라 구매하지만 도서관 내에서 먹을 수는 없다. 음식물을 버려야 하는 일도 가끔 생기기에 항상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구비해 두고 만약에 대비한다.
공연장에서 일하던 시절에도 공연 중에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도서관은 그나마 사람들이 서로 떨어져 앉는 걸 선호하는 편이지만 공연장은 예매한 자리에만 앉을 수 있으니 자리를 바꿀 수도 없다. 옆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도 좌석마다 가격이 다르고 잔여 좌석이 없는 경우도 있어 자리를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꼴을 가만두지 못해 말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인터미션 때 안내원에게 달려와 공연 중에 취식하는 행동을 제지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저녁 공연의 경우 식사를 하지 못해 고픈 배를 안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서로 가까이 있다 보니 작은 행동도 불편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나 소리에 더욱 예민한 자재를 사용한 전문 공연장의 경우 마룻바닥에 물을 흘리는 것도 민감하니 티켓을 검표할 때 인사와 함께 음식물에 대한 당부의 멘트를 항상 덧붙이게 된다. 물론 공연장이든 도서관이든 아무리 당부를 해도 먹을 사람은 다 먹는다. 이미 일어난 일을 어찌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