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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보람 Feb 22. 2024

도서관의 무사한 하루를 위한 손길

매일 도서관의 시작을 빛내주셔서 감사해요

   나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도서관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찾고, 적절한 자원을 이어주는 일이다. 인력 관리도 그중 하나인데, 우리 도서관에 필요한 인력은 청소를 도와주시는 어르신들과 책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손을 빌려주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도서관은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손길로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일자리 사업이 종료되는 12월부터 차년도 사업이 시작되는 1월 중순까지는 직원들이 직접 청소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항상 큰 도움이라 감사한 마음이다. 



   도서관 근무 만 1년이 지나고 2년 차가 된 지금까지 많은 어르신들이 도서관의 일상을 이어나가는 데 힘을 보태주셨다. 그런 어르신들이 종종 갑자기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작별인사도 못한 채 헤어져야 할 때는 안타깝기만 하다. 고정적으로 일 할 수 있는 자리를 찾게 돼 떠나야 할 때는 시원섭섭하지만, 청소까지 할 정도로 거동이 가능했지만 하루아침에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꼼짝도 할 수 없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매번 안타깝고 슬픈 마음만 남는다. 언제 이별이 찾아올지 모르니 항상 어르신들을 뵐 때는 최대한 밝게 인사한다.



   주간에 근무할 때는 버스를 타고 오다 보면 창 밖으로 시장 근처에 들어서며 도서관으로 걸어오는 어르신들을 만나게 된다. 나는 어르신들 곁으로 달려가 약간의 애교 섞인 콧소리와 함께,



"아버님~~ 어머님~~"




하고 부르면 다들 미소를 가득 띤 얼굴로 맞아주신다. 내가 결혼을 했다면 아마 우리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같은 연배였을 어르신들께는 감사한 마음과 함께 늘 건강을 기원하는 소망이 있다. 야간 근무인 날은 출근이 늦은 탓에 어르신들을 뵐 순 없지만 만나면 항상 뭐 하나라도 있으면 챙겨주려고 하셔서 내 마음에 고마움이 가득 찬다. 얼마 전엔 아버님 한 분이 장모님이 뜨신 수세미라며 도서관 직원 3명 모두에게 수세미를 하나도 아닌 다섯 개씩이나 선물해 주셨다. 이럴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외톨이라고 느낄 때가 많은데, 그 딱딱하게 굳은 마음도 누군가의 정성과 사랑으로 조용히 허물어진다.



   청소와 함께 도서관에 필요한 자원 중 하나는 자원봉사자이다. 사실 우리 도서관은 보유 장서가 5천 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규모라, 큰 도서관처럼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가끔 불쑥 찾아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어르신들이 있다. 처음에는 순수한 봉사의 마음이었나 보다 생각했지만,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구직활동으로 봉사활동이 인정된다는 것 때문에 요청하셨다는 걸 알고 나니 좀 씁쓸했다. 그렇다고 항상 거절만 할 수는 없는 노릇. 도서관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 보조 봉사활동은 어렵진 않지만 약간의 규칙을 알아야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다. 아예 도서관을 이용한 적 없는 어르신들께는 청구기호 보는 법을 알려드려도 이해 못 하실 때가 많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도서관을 자주 찾지 않더라도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어떤 활동이 있을지는 담당자인 내가 더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겠지.      



   아무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워도 더워도 도서관의 무사하고 무탈한 하루를 위해 애써주는 손길들이 곳곳에 있다. 하나하나 곱씹어볼수록 고맙고 감사한 일들이 가득하다. 그 수고와 노력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항상 감각을 예민하게 벼려두고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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