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오기 전엔 흔한남매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 도서관 장서 중 손이 많이 닿아 낡은 책이기도 하고, 대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시리즈는 흔한남매 밖에 없었다. 흔한남매는 SBS 웃찾사 출신의 두 명의 남녀 코미디언 팀으로 책뿐만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튜브 구독자 수 272만 명의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다. 아이들은 <흔한남매>의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며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키득키득 소리를 내며 보기도 하고, 흔한 남매를 열면 단 한 명도 무표정인 아이가 없다. 흔한남매 시리즈는 과학 탐험대, 흔한 호기심 등등 수많은 시리즈가 인기리에 발간되고 있다. 도서관에서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선호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이들이 이렇게나 흔한남매를 좋아할까? 궁금해서 책을 열어봤지만 몇 페이지 못 읽고 다시 덮었다. 아이들이 '똥'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것처럼 약간은 직설적인 개그가 웃기긴 하는데 나에겐 '아~ 그렇구나' 정도일 뿐 너무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를 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30대인 나를 듬뿍 웃게 하는 것들이 초등학생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진 않을 것이다. 그냥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정도면 될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흔한남매라면, 몇몇 60대 중반~70대 어르신들이 열광하는 것 중 하나는 장르소설, 정확히 말하면 무협소설이다. 무협소설이라고 하면 판타지소설처럼 젊은 층만 좋아할 것 같지만, 요즘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슬쩍 들여다보면 4,50대의 중년들도 플랫폼을 통해 무협소설을 보고 있는 걸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도서관에 있는 무협소설은 단 한 종류밖에 없다. 이것을 A라고 부르자면,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주인공이 몰락한 집안을 일으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A 시리즈가 완결까지 구비되어 있지 않아 한때는 완결까지 책을 사달라고 하는 민원에 시달렸다. 우리 도서관은 매월 책을 구매할 수 없고 희망도서로 신청한다고 해서 빠른 시일 내에 책을 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매일 다음 편 구매를 요구하는 어르신께서 도서관에 방문해 몇 번이고 읽었던 그 소설을 다시 보면서 얼굴도장을 찍고 가시는데, 말할 순 없지만 정말 부담스러웠다. 그분만 오시면 말로는 인사를 하고 눈은 컴퓨터만 쳐다보기 바빴다. 다행히 지금은 완결까지 모두 소장 중인 상태라 한시름 놓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시리즈물을 구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협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 보통 남성의 경우가 많을 것 같지만 취향이란 건 성별과는 상관없는 것 같다. A 시리즈는 두어 명의 남자분과 한 명의 여자분이 다음 편을 노리고 있었는데, 그분들과 또래인 우리 아빠에게 왜 어르신들이 무협소설을 그렇게나 좋아하냐고 물어봤더니 그분들의 젊은 시절(80-90년대)에는 무협소설이 아주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아마 내가 소설을 읽을 때처럼, 주인공의 정서와 상황에 나를 덧입혀 보면서 더 몰입하게 되는 거 아닐까.
취향엔 정답이 없고, '다름'의 영역이지 틀린 게 아니다. 나의 취향도 오늘과 내일은 또 다를 수 있다. 타인은 내가 아니니 그저 그의 취향을 존중하며 나의 세계를 넓혀가면 된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이 취향의 세계가, 그리고 그 취향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지금이, 나는 너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