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인생 아는 척하는 에세이 #2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남편과 오랜만에 카페로 가서 노닥거리다가 이런 주제가 나왔다.
"오빠는 만약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어? 후회하는 거 없어?"
"아니 나는 후회하는 거 딱히 없는데."
역시 나와는 성향이 다르다. 상상력 풍부한 나와 현실에 집중하는 그의 쿨한 답변이 오갔다.
"정말 하나도 없어? 한 번 생각해 봐."
잠깐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던 남편이 연이어 답을 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비트코인을 구매해서 지금은 몇십억 갖고 떵떵거리며 살고 싶어."
"나는 서울 아파트! 서울 아파트 살 거야! 비트코인도 살 거고 미국 주식도 좀 사고!"
이야기가 나온 만큼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금 더 해봤다.
"나는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운동도 다시 할 것 같고, 외국어도 공부 좀 더 하고 지금과는 다른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결코 돌아갈 수 없는 10년 전을 향해 쓰잘데 없는 무한 이야기가 반복됐다.
타임머신이라도 생기지 않는 이상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남편뿐만 아니라 가끔 친구들끼리, 직장 동료들과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걔 중 9할은 재테크 이야기이고 1할은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낼걸 그랬다, 운동을 더 할 걸 그랬다, 그때 무언가를 할 걸 그랬다'의 '할 걸' 시리즈가 반복된다.
잠깐이나마 행복한 상상이었지만 결국 시간이 되면 꿈에서 깨어나 우리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10년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니까, 그렇게 상상과 후회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고 대화는 끝이 난다.
40대의 내가 하고 싶은 걸, 지금 해준다면?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내가 무얼 할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어쩌면 이 질문의 답이 될 수도 있는
한 영상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60~80대 어르신들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봤던 영상이었는데 어떤 70대 어르신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할머니, 아직도 젊으세요! 아직 70대에도 공부도 다시 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도 가실 수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내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도 적용된다.
우리가 20대, 30대로 돌아가고 싶어 할 때 누군가는 60대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세월의 시간이 다른 만큼 각자가 돌아가고 싶은 시간도 달랐다. 내가 돌아가고 싶어 했던 찬란한 20대 초반이 그 누군가에게는 40대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50대 일 것이다.
나는 남편과,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을 하고 싶었는지 다시금 떠올렸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내가 하고 싶은 일>
1. 재테크 미리 하기(미국주식, 비트코인 등 구매)
2. 운동하기 (건강이 핵심!)
3. 외국어 공부 힘쓰기 (영어, 중국어, 일본어 ^^)
3. 가족들과 여행 많이 다니기
4. 계절별로 놀러 많이 다니기 등
5. 나만의 평생 직업 고민하기
40대의 나도 분명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주식을 샀어야 하는데.' ' 그때 운동을 했어야 하는데.' '그때 좀 놀러 많이 다녔어야 하는데.'
물론 지금에 와서는 절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이미 결혼을 해버려서 '연애 좀 많이 할걸.' 이런 것들은 더 이상 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것들이 되어버렸다.(후훗)
그 외에는 분명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혹시라도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이걸 할걸.'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도 분명할 수 있으니
40대, 50대의 내가 그런 말을 하면서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바로,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