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가슴 아픈 사연

by 몽구

[모니터 가슴 아픈 사연]

여의도에서 학원을 할 때니
꽤 오래 전의 일이다.

학원 교재를 직접 제작하다보니
컴퓨터는 필수 사무용품이었는데
당시 모니터는 14인치로
작고 꽤 무거웠다.

오래 된 모니터 성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화면 아래쪽에는 멍든 자국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문서 작업이 불편해지면서
모니터를 중고세상인지
중고나라인지에
내놓게 되었다.
금액은 1만5천원으로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수능이 갓 끝났던 때여서 그런지
바로 연락이 왔다.
모녀가 함께 내 학원으로 찾아왔다.

키 작은 엄마와 똑같이 키가 작은 딸.
갓 소녀티를 벗어난 앳된 얼굴이
이제 막 고3을 벗어나고 있었다.

수능 축하 또는 졸업 선물로
엄마가 딸에게 중고 모니터를
선물해주는 것 같았다.
그 선물을 받는 딸의 얼굴은
상기된 표정으로
홍조에 물들어 있었다.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고는
무거운 모니터를 들고
떠난지 몇 분 안되어서
내 마음은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깟 1만5천원이야
없어도 그만인 돈인데
그냥 주어도 되지 않았을까.
게다가 나는 멍드는 현상에 대해
설명도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치졸한 장사꾼의 마음으로
물건을 팔아넘긴 것이다.

빈궁해 보이는 키 작은 모녀의
옷차림새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무언지 모를 미안함에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연락만 된다면야
나는 그 소녀에게
최고의 모니터를 선물하고 싶다.
지금쯤 착한 남편을 만나
두 아이의 엄마 쯤 되어 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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