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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Feb 13. 2022

나쁜 비건

비건을 하려거든 건강한 비건으로 하세요

비건에 관심이 많지만 특히 사회생활 하는 사람이라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구내식당에서 같이 밥 먹는 것도 직장생활의 한 부분인데 나 혼자 다른 것을 먹는 것도 그렇고(외식과 회식 자리에서도 불편)

사실 무엇보다 매일 도시락을 챙겨간다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마음 한켠에 동물들에 대한 죄책감을 품고 있었는데

요즘 동물 보호를 떠나

인스턴트 푸드를 너무 많이 섭취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수면 패턴도 엉망이라 건강이 망가지는 느낌이라서

건강 측면에서 전체 비건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끼라도 이왕이면 건강하게 먹자!'라는 마인드를 가지게 됐다

극단적으로 갑자기 돼지를 안 먹는다거나 닭을 안 먹는다고 선언하면

오히려 강박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안 좋을 수가 있으니


트위터에 들어가면(나는 눈팅족) 비건을 하는 사람을 흔히 쉽게 볼 수 있어서 비건 식당, 비건 음식, 비건 식품들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데

유튜브에 비건을 검색하자 트위터와 달리 전혀 상반되는 영상들이 떠서 놀랐다

내용인즉슨, n년 정도 비건을 한 사람들이 비건을 포기하고 논비건으로 돌아가는 상황이었는데

한 영상에서는 n년 동안 비건을 한 사람들의 건강을 측정했는데 오히려 혈당이나 중성 지방, 콜레스테롤 , 체지방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이었다


의사는 비건을 해도 비건 가공 식품을 먹으면 논비건이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우리가 비건을 선언했을 때 사실상 제일 먼저 검색하고 찾게 되는 게 요즘 시중에 잘 나온 비건 냉동식품들과 비건 라면들이다

일일이 샐러드 재료를 사서 만들고 매일 다른 비건식을 요리사처럼 조리해먹는다는 건 도무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집에서 간편히 먹을 수 있는 비건 제품들을 선호하고

(요즘 굉장히 종류가 다양하게 나와서 웬만한 건 대체가 가능하다) 그런 것들을 데워 먹으면서 그래도

나름 건강하게 먹는다고 착각하기 쉽다

나 또한 그럴 뻔 했다 그 영상을 보고 바로 주문을 취소해서 다행이지..


그래서 나는 건강을 생각하여 비건을 하려는 사람들에겐

차라리 한 끼라도 집밥을 먹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배달 음식을 줄이고, 한국 식재료 만든 한식

제철음식도 챙겨 먹으면서 말이다

그게 최고다


작년에 <영양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고서

달걀과 우유 같은 유제품이 안 좋다는 걸 알게 된 후로 나는

엄마와 늘 대립한 지점이 있었는데(엄마왈 건강검진 받을 때마다 의사가 단백질 때문에 계란 매일 먹으라고 하고, 티비에 나오는 의사들도 다 똑같은 소리한다)

한마디로 엄마는 의사를 믿고, 나는 책을 믿는 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비로소 느낀 것이

'내가 건강하지 못한 비건식을 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라는 거였다..!


동물을 생각한다면 비건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동물을 생각하여 비건을 할 때에도

내 몸을 버려가면서 비건을 할 수는 없으니

각종 비건 제품들을 제대로 알고 먹을 필요가 있다

패스트푸드는 패스트푸드다

냉동 식품은 냉동 식품이다

라면은 라면이다

그리고 튀기면 다 똑같다

비건이라는 건강한 단어에 속아 아무거나 먹지 말자

나쁜 비건을 가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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