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ㅇㅅㅇ Dec 28. 2016

<종이 달>

영화에세이

나는 오늘도 초라해진다. 사랑하는 이에게 좋은 레스토랑 한 번 데려가지 못하고, 다음에 돈 벌면 꼭 데려가겠다는 기약 없는 약속만 늘어 놓는다. 옷도 사주고 가방도 사주고 함께 여행도 가고 싶은데 이게 생각보다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저 남들 하는 만큼 즐기며 살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돈에 구애 없이 먹는다는 게 참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렇지가 않다. 평범하기란 쉽지 않고, 평범함을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나 혼자 누릴 행복이라면 돈 욕심을 버리고 다른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지 못한다는 슬픔만큼 나를 돈 앞에 굴복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결혼을 앞두고 원룸에 살아도 좋다는 여자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무리하게 신축아파트를 구입하는 남자가 있다. 국내여행도 안 가본 곳이 많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나는 꼭 당신과 유럽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는 딸이 있다.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에 비해 정작 가진 돈은 턱없이 부족한 게 문제다. 줌으로써 내가 조금이라도 괜찮은 애인 혹은 자식이 된다는 느낌을 받고, 그런 인정 받고 싶은 욕구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현재에 대한 만족을 얻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사실상 돈이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빌려서, 훔쳐서라도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사려고 한다. 사랑하는 이를 위하는 거라고 하지만 들여다보면 내 만족과 내 욕심에 닿아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플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