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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Aug 12. 2023

벨기에에서 온 그림 한장

오늘은 0808 귀여운 동그라미가 가득한 하루다. 안전하게 왔고 아침에 2시간 정도만 잤다.

비행기에서 한숨도 못자고 야간열차랑 비행기에 심장이 쪼일만큼 피곤하다.

그래도 해야 할 미팅들을 하면서 쉬었다. 치앙마이 친구들에게도 잘 도착했다고 연락했다.

한국오기 전 토요일에 니콜을 만나러 가는 길. 여권생각에 복잡한 채로 택시를 타고 가는데 문자가 왔다.

벨기에에 사는 멜라니

킴제이가 생각나서 기분이 좋아졌다며 나를 그려서 보내줬다



아! 

저 멀리 유럽의 낮시간이 밤하늘을 타고 태국의 나에게 전해진다. 


"멜라니, 그렇지 않아도 여권을 잃어버려서 마음이 복잡했는데 그림을 보니까 그저 행복해"

"그래서 내가 킴제이 생각이 났나보다"

멜라니와는 히말라야에서 10일 동안 함께 지냈다. 

남자친구가 심장병으로 많이 아픈데 죽음 앞에서 자기는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 네팔로 왔다고 했다.

"그가 아픈건 정말로 마음이 아프지만 언젠가 죽어도 놀라울 일이 아니지만

나중에 그가 죽고 사라진다고 하면 그도 내가 이렇게 밝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원할거 같아"

멜라니는 산을 타면 탈 수록 얼굴이 밝아졌다

"킴제이 너랑 다니니까 내가 노래를 부른다. 나는 혼자서 노래를 부른적이 없거든"

"무슨 소리야 멜리나 너가 불러서 지금 내가 춤추는데"

"아 그래?? 내가 노래를 불렀어? 행복해서 그런가 보다"


멜라니와는 눈이 마주치면 눈썹을 씰룩거리며 엉덩이를 앙칼진 새 한마리처럼 꼬리를 털어냈다.

그녀의 온몸에 펼쳐진 타투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좋아하는 뮤지컬을 새긴 왼쪽팔을 보여주며 노래를 불러줬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우리는 같이 껴앉아 울고 사랑했다. 히말라야의 초록빛에 감겨 서로를 응원했다.

안나푸루나 베이스캠프를 찍고 내려와 따뜻한 촘롱에 도착했다. 3,000미터 산에 올랐다가 처음보는

마을이라서 마음도 놓이고 곧 트레킹이 끝난다는 아쉬움이 함께했다.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니 멜라니가 노래를 틀어놓고 있었다. 인터넷이 되는구나!

멜라니와 눈이 마주치자 서로 춤을 췄다. 미친 듯이 뛰었다가 수채화처럼 흐느적 거렸다.

발가락 끝 부터 머리털까지 모조리 행복했다. 미지근한 물도 가슴을 녹아내릴 만큼 따뜻하게 느껴졌다.

자연에 휘둘려서 나무가 되어 흩날린다.

진짜 지금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다. 이 벅참만이 가득해서 언어가 들어올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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