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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Sep 24. 2024

육아는 내면공부, 깨달음의 씨앗

희정언니를 만났다. 창호네 큰누나

조리원 안 간다 했을 때도 창호랑 고은이가 주변에 좀 알아보겠다고 하더니 큰누나가 조리원가라고 난리라는 거다. 큰누나는 병원 말도 잘 믿고 자기가 다 유기농으로 아기 키우는데 그런 누나 말이라면 들어야 한다고.

알겠다고 취소했던 조리원을 아이가 퇴원하자마자 갔다. 


조리원 퇴원 후 무유수유가 너무 어려웠는데 그때 어찌어찌하여 언니에게 통화를 했었다. 대찬 기운의 맑음이다. 통화하고 나면 시원하고 설레었다. 아기가 아플 때에도 괜히 엄마가 감정적으로 관여하지 말고 아이를 믿으라고 했다. 아이가 엄청난 힘이 있는데 인간이 개입하면서 그냥 그런 평균치를 만든다고. 그냥 킴제이는 명상하고 있으라고 했다. 맞다 내 감정과 불안과 결핍들이 들어가 잡지 못하는 시간이라며 들들 볶아댄 거다.


목소리로만 만나다 오늘 눈을 만났다. 큰 눈과 마음이 반짝이는 분이다. 

7시간을 대화의 테이블에서 떠나지 못했다. 화장실 한번 재빠르게 다녀오고 언니와의 대화에 파묻혔다.

모든 대화와 언니의 박수, 눈빛이 사방팔방으로 내게 날아와  공부가 되고 위로가 된다.


뱃속 아기가 4개월이 되었을 때 산부인과에 갔었다. 선생님은 아기 머리 둘레가 몇 센티, 다리가 몇이라 잘 크고 있다고 했다.

"어? 선생님! 아기는 잘 크고 있는데 저는요? 임신하고 나서 마음이 심란한데 혹시 이런 저를 위해 마음관리 하는 책이 있나요?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선생님이 당황하셨다. 그런데 오늘 언니가 내가 온다고 읽으면 좋을 책을 스무 권 넘게 테이블에 따로 준비해 둔 게 아닌가. 육아책부터 명상과 철학책까지. 육아는 결국 자기 공부, 내면 공부라고 하셨다. 내가 의문을 가진 이유를 알겠다. 쌓은 책을 보자마자 후련한 감사함이 날아온다. 아! 내가 나를 알고 싶어서 이러는구나.

 이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 궁금함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픔이었구나.

나는 나를 더 잘 알고 사랑하고 즐기고 싶구나!




언니랑 대화가 날아갈까 봐 몇 줄은 노트에 적었다. 자고 일어나면 혹시나 까먹을까 봐 지금 이 글도 적는 거다.

오늘 다시 적어내 기억하고 싶은 말들.


01

언니는 두 아이 홈스쿨링을 하신다.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평일에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니 어른들이 학교 안 가냐고 여쭤보신단다. 학교 안 다니고 공부한다고 하니 오 영재인가 보네요 했단다. 언니가 네! 영재예요라고 했다고. 언니의 강단 있는 경쾌함이 느껴졌다

"스스로가 선생님이죠. 세상이 교과서인데 교실에서 교과서를 봐요?

만나는 당신이 아이들 선생님이다"

"아이가 학교에 안 다니면 안 된다고? 나는 아이가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라 국가에 던져놓은 거다"

"학교는 친구 만나러 가는 거다.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삶 자체가 공부니까 삶을 바라보면 된다. 인생에서 필요하면 공부하잖아? 똥 싸는 거 양치하는 거 다 필요하니까 배운 거다."


02.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치고 내 생각을 적는다. 그리고 이 책들? 다 내 재산이고 육아일기다. 나의 내면을 키우는 모습을 계속 아이들이 보는 거다. 나는 이 육아책을 우리 딸한테 물려줄 거다. 우리 딸도 엄마가 될 거니까. 내가 죽어도 이 책 속에 살아 있다.


03.

엄마는 내면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 첫째가 딸이니까 이 아이가 나로 보이는 거다. 내 결핍 욕심 다 투영하는 거다. 


04.

"언니 제가 마음이 힘든 이유의 시작은 아이 입원인 것 같아요. 다 준비하고 맞이했는데 아이가 입원해서 항생제를 맞아야 한다는 것. 힘들게 결정했는데 결국 염증수치가 아이가 아닌 외부 요인이었다는 것. 입원을 안 시켜도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저를 괴롭게 했어요. 그 뒤로 내가 모르는 것을 결정한다는 두려움에..."

"아이가 그렇게 됐다고 해서 내 아이가 아닌 게 아니잖아. 그걸 킴제이가 트라우마로 가져갈 건지 경험과 배움으로 가져갈 건지 선택해야 한다. 생각, 삶의 방향이 잡혀있잖아? 그럼 그런 일이 생겨서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거지..(중략) 엄마는 이제 울면 안 돼. 아기가 피가 철철 나도 울지 말고 밤에 방에서 남편 앞에서는 울어도 돼(중략) 엄마가 행복해야 해. 만약 킴제이가 4년 뒤에 죽어. 아이 병원 트라우마 때문에 고생하고 힘들어한다고 하면 아이에겐 모습만 남는 거야. 어떤 엄마로 남아야겠어? 뭘 해도 행복하고 즐기면 그리고 고난을 이겨내면 아이에겐 그런 엄마가 되는 거야"


*이 말이 오늘의/ 앞으로 엄마로의 삶의 방향이 되었다.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트라우마가 물티슈로 커피자국 닦듯이 치워져 버렸다.


05.

다 아이가 필요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 둘째는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한글을 안 배웠다. 관심 없어해서 안 알려줬다. 친구들이랑 마트 가서 과자를 봐도 감으로 골랐단다. 아 이건 바나나킥, 새우깡 그런데 새로운 과자들은 못 알아보니까 안 되겠더라. 집에 와서 "엄마 이제 아는 척하기 힘들어 한글 배울래"하길래 어 그래? 하고 그날 알려주니까 아이가 이게 ㅏ 야? 오 이게 ㅓ 구나 하면서 아야 어요 배우고 하루 만에 한글 다 배웠다. 


아이가 만약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피아노 그냥 쳐보라고 할 거다. 뭐 하러 학원 보내냐 손가락 세우는 것부터 가리키고 이미 남들이 만든 악보 보는 거다. 그런 학원과 시스템에 왜 돈을 써야 하나. 왜 그 돈을 학원 선생님한테 쓰지? 차라리 아이에게 돈을 주겠다. 한 달 동안 피아노 치면 너한테 5만 원 줄게 하면서 제안하겠다.


06.

아이들 병원 가서 약 처방받는 거? 그거 엄마가 다 공부해야 한다. 모르는 거 왜 먹이냐. 나중에 의료사고 나면 의사 탓 못한다. 엄마가 그 병원에 데려간 거고 약 먹인 거다. 의사가 이거 안 먹으면 어떻게 해버리겠다고 한 거 아니다. 엄마가 선택한 거다. (중략) 내 권리는 내가 찾아야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아이 교육도 그렇다. 교육부 장관 잘 안 바뀐다. 내가 장관이 돼야 한다.


모든 시간을 붙잡고 싶을 정도다. 대화들이 몸과 마음에 감긴다.

제리가 차로만 데려다 준다고 했다가. 아파트 입구까지 가방 들어준다고 했다가. 집에서 잠깐 인사드린다고 했다가. 테이블에 앉아 차 한잔까지 마시게 됐다. 제리한테 어? 일해야하지 않아? 하고 보니 4시간이 가버렸다. 신기한 시간이었다. 제리가 수영장 다녀왔다와서 이제는 진짜 떠나야하는데 하고도 한시간을 더 이야기 했다.




언니가 자연식으로 약밥도 만들어주시고 보이차와 과일도 내어주셨다. 일년치 십년치 배움이 녹은 대화다.




고난으로 온 시간이 나를 재촉여줘 이 대화를 만났다. 그러고 보면 괴로움이라 여겼던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흔들림이었다. 쟤는 왜 그러냐 세상은 왜저러냐 누구에게 물어야하나 울부짖음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시작하는 한 걸음일지도.  내 발걸음이 크기에 더 번쩍 다리뻗다 알배기는 시간일지도. 웅크려 있던 시간이 길어서. 남들길 본다고 바닥만 보다 고개들어 햇빛을 보는 시간이 오랜만 이라서 휘청이며 찡그리는 걸지도.


지금 이 불안함들이 결국 나의 위대한 설레임의 시작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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