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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겸 Jun 26. 2024

벌레

산책길에 작고 까만 벌레를 봤다. 집에 와서 그 벌레에 대한 글을 썼다.


잠시 후 그 벌레가 찾아와 말했다.


이보시오. 남의 이야기를 쓰면서 이름도 모르고 벌레라고만 쓰면 어떻게 한단 말이오?


뭘 어떻게 한단 말이오? 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일단 공손히 말했다.


아... 제가 이름을 ... 존함을 몰라서 그냥 썼습니다. 


벌레는 기세를 얻어 더 화를 냈다.


아니 자기는 개명까지 하고 이름에 유난을 부리면서 남의 이름은 싹 무시하고 벌레라고 해도 된단 말이오?


아니 그런 것이 아니고...


나도 화가 났다.


그럼 당신의 이름이 무엇이란 말이오? 아니 당신의 이름이 무엇이든 그건 당신이 지은 것도 아니지 않소?

그러니 내가 이름을 골라 내 이름을 바꿔 붙인 것과는 무관한 일이오. 게다가 당신은 이름 자체를 가지고 있소? 이름이 있어 봤자 당신의 종 이름이지 당신 혼자만의 이름은 아니지 않소? 


벌레는 당황한 것 같았다. 나는 약간 미안해졌다. 


이름을... 한 번 생각해 보시오. 당신의 이름을 지어 오면 그렇게 불러 주고 그 이름을 넣어 글도 수정하겠소.


벌레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깊은 생각에 빠져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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