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를 거친 나의 수영 아이템들을 소개합니다
처음에는 입문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복조리같이 생긴 망사 가방을 들고 다녔다. 그런데 이게 수영장에 갈 때에는 괜찮은데, 돌아올 때 물 먹은 수영복이나 수건이 들어가면 무거워진다. 어깨에도 걸칠 수 없고 손으로 들어야 하니까 힘들었다. 그래서 그 가방은 이제 막 프리다이빙에 입문한 친구에게 나눔하고 나이키 슬링백을 샀다.
한 달 정도 쓰고 있는데, 이 10L짜리 가방은 용량이 충분하지 않다. 수요일에는 오리발을 가지고 가야하는데 이 가방에는 안들어가서 오리발 살 때 준 가방도 같이 들고나간다. 또 안에 공간 분리가 안되고 바깥에도 포켓이 없는게 은근히 불편하다. 특히 지갑을 넣었다가 꺼내는게 불편하다. 버스도 타야하고, 수영장 회원카드도 꺼내야해서 지갑을 가지고 다니는데 버클을 열었다가 풀었다가... 안에 내용물이 다 섞여있으니까 뒤적여야하고 번잡하다. 메쉬라고 해서 딱히 통기성이 좋은 재질도 아니다. 통기성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티어의 메쉬백처럼 숭숭 뚫린 것을 사는게 낫다.
그래도 일단 고장나기 전까지는 계속 가지고 다닐거다. 다음에 가방을 다시 산다면 좀 더 크고, 공간 분리가 되고, 가방 바깥쪽에 수영장 회원카드를 따로 넣을 수 있는 포켓이 있는걸로 사고 싶다. 왜 펑키타, 티어, 스피도 등 수영 브랜드 가방들이 그렇게 큰지 이제 이해한다.
수영복은 펑키타, 나이키, 졸린, 후그 수영복을 가지고 있다. 요즘엔 리얼리굿스윔 수영복이 예쁘길래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이즈는 입어보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펑키타, 졸린은 직구 했지만 나이키는 매장에 가서 입어보고 샀다. 하이컷 수영복은 고관절이 편한대신 수영장에서 눈길을 좀 받고, 로우컷 수영복은 제모 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대신 하체가 답답하다.
수영복은 딱 맞게 입는 것이라고 하지만 너무 딱 맞는 수영복은 입는게 정말 어렵다. 낑낑대면서 입다보면 샤워실 옆칸 처음보는 어르신이 튀어나와 한쪽씩 팔을 올려주고 등에 있는 스트링을 힘껏 올려주신다. 그리고 다 됐다는 듯 등을 팡팡 친다. 여자 샤워실에서 서로 수영복을 입혀주는 일은 굉장히 흔한 일인데, 보통 '도와줄까?'라는 말도 안하고 튀어나오시기 때문에 놀라기 일쑤다. But! 매우 감사드립니다. However! 너무 놀랐어요. Nevertheless! 오래 입어서 부드러워진 수영복이 좋다.
수경은 인터넷으로 아레나의 2만원대 모델로 샀다. 아쉬운 점은 미러가 없다는 점이다. 강사님과 자꾸 눈이 마주치는데 매우 부담스럽다. 다음 수경을 산다면 꼭 미러가 있는 것으로 사고싶다. 그리고 내가 잘못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물도 가끔 들어온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입문용으로는 괜찮은 것 같다.
수경이 저렴한 모델이라 그런지 안티포그 기능이 금방 없어져서 이지뷰라는 브랜드의 리퀴드 안티포그를 따로 구매했다. 프리다이빙 마스크에도 잘 바르고 있는데 리퀴즈 안티포그들이 용량(10~15ml) 대비 가격이 좀 있어서(대부분 5,000원~6,000원대) 재구매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샤워실에서 귀를 기울여보니 소주와 식초와 퐁퐁을 섞어서 직접 제조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요즘 소주가 비싸니 그 돈이 그 돈인가 싶기도 하고...
수경 케이스는 후그 말랑 수경케이스 릴리라벤더를 사용하고 있다. 수경 케이스 없이 샤워 바구니에 대충 넣고 다녔었는데 그러면 렌즈에 기스가 난다. 가격은 15,000원으로 수경 케이스치고 비싼 편이지만 색이 매우 고와서 안 살 수가 없었다. 말랑 보들한 촉감이 좋다.
귀마개는 피닉스 분실방지 귀마개 클리어 컬러를 사용한다. 가격이 5,900원으로 저렴한데 효과는 꽤 확실하다. 귓구멍이 작은 편이라서 구매할 때 걱정했는데 잘 들어간다. 귀마개를 끼면 강사님 말이 잘 안들린다는게 단점인데 귀에 물 들어갈래, 강사님께 약간 바보 취급 당할래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후자를 고르겠다.
중급반으로 올라갈 때 나에게 주는 선물으로 간지나는 수경을 하나 사고싶다. 아래 이미지 같이 고무 패킹이 없는 모델도 한 번 써보고 싶다.
실리콘 수모를 많이들 쓰던데 쓰기도 어렵고 답답해보여서 스판 수모를 쓴다. 수영 전문 쇼핑몰에서 2,500원이면 살 수 있고 흰색 하나, 검은색 하나를 가지고 있다. 흰색은 예쁘긴 한데 쓰다보니 약간 노란색 물이 든다. 흰색 스판 수모를 쓰는 같은 수영장 친구도 노란색 물이 점점 든다던데... 원래 이런건가? 잘 빨아서 쓰는데도 꼬질꼬질한 느낌이라 억울하다.
스판수모는 실리콘 수모보다 물이 더 자주 드나들기 때문에 머리결에 안좋다는 말도 많은데, 나는 물이 들어오는게 시원해서 좋다. 물이 드나들면서 식혀주지 않으면 수모 안이 부글부글 끓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대신 수영장에서 들어가고 나올 때 꼼꼼하게 샴푸를 한다.
샤워실에서 종종 '으악..!'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거의 다 수모를 쓰려다가 찢어먹은 소리다. 스판 수모보다는 실리콘 수모가 더 잘 찢어지는 것 같다. 그러면 급하게 아는 사람에게 수모를 빌려서 들어가거나, 최악의 경우 그날 수영을 공친다. 수영하러 왔다가 샤워만 하고 가는 사람이 되는거다. 그래서 여분의 수모를 들고다니는 분들이 많다.
수영 할 때에는 습식 타월이 좋다던데 관리가 건식보다 귀찮을 것 같아서 입문조차 안하고 있다. 여러번 몸을 닦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샤워하고 나올 때 한 번만 닦으면 되는데 굳이... 왜 습식타올을 써야하는 걸까? 아직도 모르겠다. 대신 가방에 들어가는 짐 부피를 줄이기 위해 집에서 쓰는 일반 타올 말고 건식 스포츠타올을 사용한다. 다른 빨래와 함께 돌리면 되니까 편하고, 얇아서 부피가 매우 작다. 최근에 가나스윔에서 할인을 하길래 센티 건식 스포츠타올을 새로 사봤는데 같이 주는 수건 파우치가 매우 유용해서 생활 수영인들에게 추천한다. 그냥 납작하고 투명한 방수 파우치인데, 우리 수영장에는 샤워실과 캐비넷 사이에 수건 가방 걸어놓을 수 있는 고리가 있어서 거기에 걸어놓고 샤워실에 들어가면 딱 좋다. 쨍한 색이라서 다른 사람과 바뀔 염려도 없다.
진정한 수영장 고수들은 목욕탕 바구니를 들고다닌다던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샤워장의 90%는 목욕탕 바구니를 쓴다. 수영장 입구에 그 바구니를 그냥 두고 다니는 분들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아무리 '한국 사람은 안가져가'라고 해도 그냥 두고 다니기에는 내 마음이 불안하고 그렇다고 바구니를 가지고 다니기에는 무겁다. 그래서 나는 메쉬 파우치에 소분을 해서 다니기로 했다.
다이소 메쉬 파우치는 비추다! 2,000원이라고 해서 혹해서 샀는데 2주만에 지퍼가 망가지고 메쉬가 터졌다. 이후에 피닉스 집업 메쉬 토트백이라는 제품을 가나스윔에서 5,800원에 할인하길래 구매했는데 잘 들고다니고 있다. 지금은 품절인 것 같다. 안에 샤워볼, 비누, 소분한 샴푸와 폼클렌저, 덴티스테 여행용 칫솔과 치약, 제모용 면도기, 안티포그, 수경을 넣어다닌다. 공간이 넉넉해서 샤워하고 나올 때 물에 젖은 수영복, 수모, 젖은 수건도 같이 넣을 수 있다. 넉넉한 사이즈의 파우치가 좋은 이유다. 다음에 산다면 좀 더 크고, 섹션이 나누어져 있는 제품을 사고 싶다.
소소한 팁으로는 샴푸나 폼클렌저 등을 소분하는 용기는 말랑한 재질이 좋다. 그래야 힘을 들이지 않고 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소에가서 만져보고 최대한 말랑한 것으로 고르기를 추천한다. 칫솔은 덴티스테 여행용 칫솔이 좋다. 한 번 접히기 때문에 매우 작아진다. 자신있게 어깨를 롤링하며 수영을 하고 싶다면 제모용 면도기도 하나 가지고 다니는게 좋다. 겨드랑이가 걱정되는 날에는 팔이 잘 안 올라가더라.
우리 수영장은 매주 수요일이 오리발데이다. 국민 오리발이라는 마레스 뉴클리퍼 오리발 화이트를 구매했다. 가격은 48,600원이다. 다들 좋다는 DMC 숏핀, 마레스 아반티 같은 제품들을 보고 혹했지만 초급 레인 회원으로써 조신함을 갖추기로 했다. 사실 뭐가 좋은지 잘 느끼지도 못할 것 같아서 일단 가성비 제품으로 구매했다. 좋은게 왜 좋은지 알 쯤이면 다른 것도 사보고 싶다. 특히 숏!핀!이 궁금하다. 작아서 귀엽고 가방에도 잘 들어갈 것 같다.
갈아입을 속옷, 수영 회원카드가 들어있는 지갑, 면봉과 탐폰이 들은 화장품 파우치, 차 키, 애플워치, 핸드폰, 바나나를 챙기면 수영장 갈 준비 완료다.
생활 수영인 선생님들 혹시 나만의 수영 꿀템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