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유명 개그우먼이 예능 프로그램에 컴백해서 한 인터뷰를 유튜브를 통해서 본 적이 있습니다. 뉴스를 통해 그녀가 최근에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이미 알고 있어기에 다시 건강한 얼굴로 그녀를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그녀의 인터뷰를 쭉 듣다가 한 부분에서 멈추었습니다.
잘 쉬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기는 하지만 제대로 쉬는 법을 잘 모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중지" 버튼을 바로 눌렀다. 그 말은 나를 한참 동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링크를 아내에게 카톡으로 공유를 하고 꼭 보라고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호주로 이민오기 전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했던 일이 컨설팅이었습니다. 그 일을 하는 기간 동안 내 기억으로 여름휴가를 여름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당시에는 뭐 특별한 것도 아니었을 때였습니다. 같이 직장생활을 하던 대부분의 내 친구들도 비슷하게 살았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휴가철이 한창 지나고서야 겨우 밀린 숙제를 하는 모양으로 가족들 데리고 놀러 간 경우가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늦게 가는 휴가의 시작은 늘 놀러 갈 계획을 잡느라 또 며칠을 고민하고, 계획이 정해지면 짐을 싸고 그리고 긴 장거리 운전으로 이어지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해외여행은 꿈도 꾸기 힘들었던 시절이었어요. 그것은 경제적인 이유였다기 보다는 여행의 시작과 끝에서 오는 피로 때문에 거부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그렇게라도 3박 4일 정도 어디로 떠나서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놀고 시간을 지내고 나면 그래도 다시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생기면서 체력적으로도 뭐랄까 원기가 다시 회복되기는 했어요.
비록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아서 쉼을 가질 수 없었던 당시였지만 그저 아이들과의 시간만으로도 즐거웠던 시절이었고 무엇보다도 지금보다 체력적으로 더 나았기에 조금만 쉬어도 회복력이 놀라웠던 것 같습니다.
기억해 보면 한국에서 살 때는 휴가 때마다 꼭 뭔가의 대단한 것을 해야만 했던 것 같습니다. 특별한 뭔가를 해야 만 휴가를 갔다 오고 잘 쉬었다고 말했던 것 같았죠. 그리고 그래야만 휴가를 다녀와서 사람들에게 자랑(?) 거리가 생기기도 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갔던 수많은 휴가들이 정말 휴식이었나 싶은 생각이 그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호주로 이민 와서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점점 바뀌어 갔습니다. 특히 여행을 갈 때 뭔가 많은 것들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을 다니고 무엇보다도 멀리 어디를 가는 휴가를 피했던 것 같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일단 시드니 자체가 휴양지이기도 합니다. 차로 30분만 가도 너무 좋은 곳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예전처럼 같이 물놀이를 해야 하고 테마 파크에서 기구들을 타야 한다던지 아니면 특별한 경험을 시켜줘야 한다고 해서 이런저런 유명한 장소 아니면 도시를 시간에 쫓겨 가면서 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좋습니다.
우리 가족은 언젠가부터는 정말 쉬는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두 시간 내로 운전해서 갈 수 있는 조그마한 마을에 가서 조용한 집을 빌려서 그냥 살아 보는 것이 다입니다.
그냥 평소처럼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동네길을 산책하다가 좀 피곤하다 싶으면 낮잠도 좀 자다가 다시 일어나서 가져간 책들을 소파나 침대에서 아무렇게나 늘 부러져서 읽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말이죠.
뭐 대단해 보이지 않아도 이렇게 한 삼사일을 보내고 나면 저절로 몸이 회복됨을 느껴지곤 합니다. 매일매일 컴퓨터 보고 일하느라 뭉친 어깨 근육으로 생겼던 통증이 사라지고 두통이 사라지고 무엇보다도 식욕이 다시 살아납니다. 마치 캠핑 가서 텐트를 칠 때 축 늘어져 있던 텐트 지붕이 쫙하고 펼쳐지듯이 모든 것들이 다시 살아서 펴지는 느낌이 듭니다.
결국 우리의 몸도 그런 완전한 편안함을 원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 패키지여행을 끊어서 휴가를 간다고 생각하면 정해진 일정에 따라다녀야 하고 중간에 일정 조정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먹는 것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등등 모든 것들에 있어서 몸과 정신이 또 다른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합니다.
자유 여행은 그나마 좀 나을 수 있지만 그것도 준비하는 과정과 여행지에서 매일매일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감과 스트레스는 우리들의 몸을 정말 쉬게 해주지 못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일주일만 더 일하고 나면 저는 내년 1월 말까지 긴 휴가가 시작됩니다. 원래는 연말에 2주나 3주 정도를 쉬었는데 올해는 그동안 쌓여 있던 휴가를 더 쓰기로 했습니다. 올 한 해는 특별히 나 자신을 많이 힘들게 했기 때문에 좀 더 긴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긴 휴가동안 뭐 하냐고요?
정말 계획이 없습니다. 이번 휴가는 저에게 "쉼표"를 찍은 일입니다.
이번 휴가 기간 동안은 더 많이 아무것도 안 할 계획입니다. 오직 한 가지 정해진 것이 있다면 그동안 미뤘던 독서와 운동을 좀 더 할 생각입니다. 물론 그것도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그저 손에 잡히는 책을 읽다가 지루하면 멈추고 또 다른 것을 할 생각입니다. 운동은 최근 들어 부쩍 줄어드는 근육량을 회복하기 위해서 스트레칭과 근육운동을 할 생각입니다. 아내가 저에게 주는 유일한 스트레스입니다.
여러분들은 다들 연말을 어떻게 쉬나요?
물론 저처럼 아무런 계획 없이 나태하게 시간 보내는 것은 정말 체질적으로 안 맞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명한 여행지를 다녀오는 등의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리프레쉬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의 말처럼 우리는 정말 제대로 쉬고 있는 게 맞는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듯합니다.
Werri beach, Gerringong N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