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처음’을 경험합니다. 첫 직장에 출근하던 날, 첫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 첫눈이 내리던 날, 그리고 첫사랑을 만나던 기억까지— 이런 모든 처음의 순간들은 공통적으로 기쁨, 축복, 그리고 사랑의 감정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우리의 삶에 새로운 동기부여와 열정을 불러일으키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감정들은 점점 희미해지고, 어느새 기억 속에서조차 잊혀 갑니다. 현실 속에서 우리는 처음의 마음을 잃은 채, 때로는 쉽게 타협하고, 정의로운 길을 알면서도 조금 더 편한 길을 선택하며, 주변보다는 나 자신을 먼저 채우려는 이기적인 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둘째 딸은 어릴 적부터 특별하다고 느꼈습니다. 좋게 표현하면 쉬크하거나 아니면 쿨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냥 같은 또래 여자들과는 좀 다른 까칠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둘째를 가지고 아내와 나는 무척 기뻤으며 유치원을 들어가기 전까지 어찌나 사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점점 성장하면서 아이는 변화였고 까칠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이 자주 보였으며 그래서 그랬는지 아내와 나는 그런 딸에게 더 “자유”를 주고 통제하려는 것은 애초에 포기했습니다.
이 녀석의 속마음은 내가 들어가서 볼 수 없지만 겉으로만 그렇게 까칠하고 고집스러운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아무리 인내하려고 해도 가끔씩은 나의 인내심의 임계치를 넘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러면 얼마나 미운지 한동안은 말을 안 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 아이를 낳고 사랑했던 그 시절의 시간으로 돌아가서, 깊은 바닥의 저 밑에서 자고 있던 그때의 감정들을 다시 깨웁니다. 그러고 나서야 다시 그녀가 좀 안쓰러워 보이고 다시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오늘 새벽 기도에서 목사님이 주신 말씀은 바로 그 처음의 순간들을 다시 떠올려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살면서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부정적인 감정들로 힘들 때면 다시 태초의 처음으로 돌아가 순수했던 그 열정과 사랑을 끄집어내어 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예배에 나오고 믿음을 가졌던 그때 느꼈던 좋은 감정들뿐 아니라, 그 순간 기도했던 순수한 마음, 겸손한 결심, 뜨거운 사랑을 기억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목사님 말씀이 끝나고도 한참이나 생각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한 방울씩 ‘리트머스 종이’ 위에 떨어뜨려 본다면, 그 색은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요? 극도의 강한 산성인가요 아니면 너무 싱거운 밍밍한 색인가요?
강한 산성이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미움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강한 염기성으로 나오면 무관심입니다. 이렇게 혹시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면, 다시 처음의 기억과 경험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그때 가졌던 감정들로 물타기를 해서 PH7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시드니는 오후 6시인데도 하늘이 여전히 파랗습니다.
Tryon road Lindfield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 요한계시록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