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PRICORN Sep 28. 2024

노예로서의 삶

현대판 노예의 삶, 자유민으로 가는 여정

최근 팀장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회사의 방향성과 윗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윗사람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팀원의 의무이며, 복종하지 못하고 고집이 센 사람은 결국 회사에서 도태되고, 위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노예에게 요구된 덕목은 순종, 복종, 겸손, 절제였다. 이는 현대의 회사들이 여전히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상명하복의 원칙이 강조되고, 순응하지 않는 사람은 팀 내에서 불순분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잘난 척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과 끊임없는 자기 검열의 요구가 사조직의 삶이다. 팀장이 말한 내용은 바로 이와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정말 "현대판 노예"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자유민의 덕목은 무엇인가? 그것은 주체성, 강인함, 자유, 그리고 스스로의 주인이 되는 삶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 어떤 가치를 가장 추구하고 있는가? 사조직의 일원으로서는 노예의 덕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과연 나의 의견을 주장함으로써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노예의 덕목에서 자유민의 주체성으로, 그리고 그 주체성을 긍정하는 삶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삶을 부정해야 할까? 마치 챗바퀴를 도는 삶일지라도, 긍정할 수 있는 삶, 주체성을 추구하는 삶은 분명 의미가 있다.

"내가 이 삶을 다시 선택한 이유, 한 번 더 나로서 살아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바로 이 순간을 그렇게도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문장은 오늘 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무한히 중첩되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유는, 어쩌면 과거의 내가 '살아내고 싶었던 오늘'이 지금의 나일지도 모른다.

낙타에서 사자로, 그리고 아이로 가는 과정에서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낙타"에 머물러 있는 나에게 묻는다. "낙타"로서 나는 긍정하며 살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여전히 어려운 인간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