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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둥 Jan 17. 2024

회사에서 들은 '내가 알아줄게.'

부당해고. 그리고 남은자들.

부당해고 당한 내 친구 덕분에 이를 바득빠득 갈아서 이직했다.

그 전에 멀어지는 나를 보고 따듯하게 격려해준 전회사 팀장님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목요일이었다.

어느새 서울숲 고동나무가 제 아무리 숨을 쉬어 뱉어보아도

미세한 먼지들이 썩어빠진 웃음을 날리는 날씨.


미친듯이 바빴다. 오픈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고, 모두가 나를 찾는 날.. 좀 한숨 푸욱 쉬고 싶은 날은 그렇게 미세먼지로 허-연 날이었다. 서울살이는 녹록치 않았다. 나는 운좋게 서울태생 사람이다. 청춘 5년 타지역 살았지만..15분만 차를 타면 바다를 실컷 볼 수 있었다.


거의 발가벗고 살아도 안녕~하던 숲속 모아나(자연인)가 세계 최강 바쁜 뉴욕 엠파이어 빌딩 안에 있는 느낌이다.


새로운 팀장님이 날 불렀다. 개인 인사평가를 위함이다. '..이런 면에서 잘 하고 있고, 든든해요 진짜.' 대개 들어왔던 소리니까. '아유, 아니에요.' 호탕한 웃음 지어보였다.


'.......근데..'

'oo씨가 퇴사당하고, 바둥씨가 가장 힘들었을 것 같더라고.
나도 동료로서도 이렇게 속상하고 힘든데, 학교친구인 바둥씨는 더 힘들겠지 싶었어요.'.


'부당함으로 인해서 우리 하는 일까지 재미없다고 연결될까봐.'

!

'그리고..나는 그렇다고 해도 이해할거에요. 얼마나 부당한 일이었는데.

어디든 준비하고 있다면.. 나는 그것도 응원할거고..잘하고 있다고..말하고 싶었어'

...

'바둥씨 열심히 해왔잖아.
내가 알잖아. 내가 알아줄게.'


내가 알잖아. 내가 알아줄게.

그 말에 울컥해서 잠깐 눈이 뜨거워지는거가 느껴졌다.

나는 팀장님과 평소 푸하하 웃고 점심메뉴도 서로 칭얼대는 사이다.

그럼에도 회의실에서 팀장님 앞에서 조금의 눈물도 보이고 싶진 않았다.

왜일까. 사실 팀장님도 요즘 힘들고 버겁다 생각해서였는지..뭔지..


그래. 우린 타인으로 인해 규정되기도 하고

양자역학처럼 누가 시선을 주면 변화가 일어나고

김춘수 시처럼 꽃의 이름을 불렀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건만

타인 사이 수없이 들숨날숨 그 원치않는 교환으로 규정짓고

그래도 몇번이고 마음을 두드렸던 사람들에게 문은 견고했었으니...


이제 태어난 망아지가 후들후들 겨우 서서 지 갈길을 가려는데

힘든 거를 알아차리면 어떡해..

눈앞의 팀장님에게 문을 열고 빼꼼, 이야기를 전해본다.


'들켰나요. 힘들어보이는거. 하하. 들켰네. 저, 나름 일은 분리해서 살아왔어요.
일, 재밌고, 보람있고, 거기서 의미를 안 찾으면..
사실 힘들 것 같아서. 열심히 했어요. 더. 몰입해서 해야만 하겠더라구요.'


'알아요. 열심히 하더라고. 개열심히.'


푸핫. 둘이 웃어재낀다. 뉴욕 엠파이어 빌딩 숲의 모아나와, 음, 뮬란이.

알아줘서 고맙더라. 진짜 알고있고, 알아주니까..

엄마가 내 짝짝이 양말을 보고 '아무도 몰라도 니가 알잖아.' 말한게 갑자기 생각났다.


내가 나를 알고.

나는 남을 알고, 알아주고.

그렇게 살아야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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