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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우회, 그리고 보험

환자의 목소리의 힘

by 워케이셔너

때때로 뉴스를 보면,

제약회사가 아니라 암환자 및 보호자 등으로 구성된 환우회 분들의 끊임없는 의견 개진으로 인해 고가의 신약의 보험 급여가 굉장히 빠르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항상 타이트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정부의 예산, 그리고 그 예산을 이용해 보험 급여 약물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을 책정해야 하는 심사평가원이 어쩌면 제일 영향을 받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 특히 환자들의 목소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암환자는 산정특례자로 선정되어 전체 치료비의 5%만 지불을 하는 제도가 있기에, 고가의 약물을 급여화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정부가 큰맘 먹고 지원을 해 주는 것이기는 한다. 물론 이때 거의 불량배 이상의 공격적인 약가 인하를 제약회사와 협의하여, 대체로 약물의 원래 가격 역시 크게 할인을 받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은 암환자분들의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항암치료는 보통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편이고 지속적인 치료를 요하기 때문이다.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원하는 항암 치료를 못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도 반대로, 환자분들이 돈을 더 지불할 의향이 있음에도 의사 분들이 먼저 약가가 높다는 이유로 환자분들께 해당 치료를 권유할 마음이 적은 경우들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대체로 보험이라는 제도가 많이 해결해 준다.


보험은 알다시피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건강보험과 사기업이 주관하는 실비 보험이 있다. 그런데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건강보험 기준 안에 약제가 들어오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와 정부 간 협상이 필요하고 많은 이해관계자분들의 합의가 필요해서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환우회 분들의 목소리와 학회의 목소리가 합일되고 이런 목소리들이 국회의원 또는 심사평가원 측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경우, 여론을 타고 이러한 주장이 관철되는 경우들도 드물게는 발생한다. 그럼 환우회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측면에서 보면, 암 환우회 역시 암 환자분들과 보호자 분들의 숫자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폐암이나 유방암과 같이 환자분들이 비교적 많은 암종의 경우, 암 환자분들의 숫자가 대체로 큰 편이다. 그래서 암 환우회 역시 굉장히 잘 설립되어 있는 편이고 심지어 환자 특성이나 바이오마커에 따른 그룹별 환우회 역시 잘 설립이 되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발생률이 덜한 암종이거나 암밍아웃(!)을 하기 힘든 암종이라면 어떨까. 자궁경부암을 예로 들면, 환자분들이 자기가 자궁경부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아무래도 HPV 바이러스가 성매개 접촉으로 이루어지는 질환인지라 사실과 무관하게 자신이 성적으로 개방적인 사람으로 보일까 봐 주저하는 경우들도 많다. 특히 아시아 권에서는 그러한 인식이 서양에 비해서 더 강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SNS 나 미디어에 환자의 목소리가 덜 비치는 편이고, 인가를 받은 환우회 단체의 숫자도 적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개별적인 환자분들의 활동이나 단발성의 행사 등으로 인식 개선 캠페인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사실 이렇게 환자와 최신 의료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사각지대는 많다. 하지만 다행히 이전에 비해서는 급여 체계가 괄목할 만할 정도로 체계화가 되었고,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 향후에는 조금 더 다양한 치료 옵션을 더 저렴한 가격에 환자분들께 지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돈이 없어서 그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말이 안 나오게만 되어도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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