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태어난 게 잘못은 아닌데 (7)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by 이묵돌

지난 2018년, 영국은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분류해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바야흐로 '고독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악명 높은 요리부터 온갖 기행으로 유명한 나라가 영국이긴 하지만, 개인의 정서적 곤란쯤으로 여겨졌던 고독을 사회적 문제로 삼기 시작했다는 건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뭐,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주자'는 주장도 나올 당시에는 헛소리 아니었겠나.


나는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천식을 앓았다. 그런 질병이 내게 있다는 걸 안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그 무렵 알콜중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나온 엄마는 나를 데리고 외할머니로부터 도망쳤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사한 집 근처로 전학을 가게 됐다. 그 새로운 학교에서 맞이한 첫 체육시간이 하필이면 오래 달리기였다.


나는 대열에 맞춰 운동장 세 바퀴쯤을 뛰던 중 낙오됐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고,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가슴이 할퀴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데면데면하던 반 친구들은 뒤떨어진 날 힐끔 보더니 그냥 가버렸다.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내 위로 사람 모양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체육선생님이 장구채인지 뭔지 모를 회초리를 한 손에 든 채 거기 있었다.


"너는 왜 안 뛰고 있어?" 체육선생님이 물었다. 정말 이유가 궁금해서는 아니었을 텐데, 그때의 나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저, 숨이…… 너무 힘들어서요……" 나는 헐떡이는 와중에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그래?" 체육선생님은 잔뜩 아니꼬운 표정을 짓더니, 쭈그려 앉아 내 손목을 붙잡아 들었다. 뭘 하시려는 거지, 생각할 겨를도 거의 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맥박도 별로 안 빠르구만! 이게 어디서 꾀를 부리고 앉아있어? 가! 뛰어!"


"아……" 나는 순간 넋이 나간 애처럼 멍하니 있었다. 어쩌면 그게 선생님의 성질을 더 긁어놨던 건지도 모른다.


"다른 애들 다 멀쩡하게 뛰는데 왜 너만 못 뛰겠다는 거야? 너만 숨차고 힘든 줄 알아? 너 전학 온 놈 맞지? 전에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던? 조금이라도 힘든 거 있으면 엄살부터 부리고 말이야. 나약해 빠져 가지고…… 빨리 안 뛰어!" 체육선생님은 말하자마자 내 등을 회초리로 후려쳤다. 나는 순간 정신이 바짝 들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쌕쌕거리는 호흡으로 다시 뛰었다. 그런 내 모습을 체육선생님은 아주 흡족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 안 가서 내가 모래운동장 바닥에 철퍽 쓰러져 뒹굴 때까지는.


나는 곧장 보건실로 옮겨졌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나한테 천식과 기관지염이 있어 당분간 격렬한 운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체육시간, 선생님은 나를 운동장 구석으로 데려가서는 '그땐 미안했다. 그런데 왜 천식이 있다고 진작에 말하지 않았느냐'며 멋쩍은 사과(?)를 건넸다. 나는 왠지 죄송하다고 대답했고, 다음 체육시간부터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에서 열외 됐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새 학교에서 첫 번째 친구가 생기기 까진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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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해당 브런치북 연재분이 <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3화 이후의 전문은 보여지지 않으며, 중간에 책 구매 링크로 전환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오픈해놓고 싶지만, 제 글을 믿고 투자해준 출판사, 그리고 이 부족한 글을 책으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놓으실 독자분들께 저 나름의 예의를 지키고 싶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머지 내용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세요.

책에 실린 것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로서 온라인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쓴 글을 여러분 또한 즐겁게 읽고, 또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저로선 더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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