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태어난 게 잘못은 아닌데 (9)

1년도 못 버티는 '습관성 퇴사 증후군'이라

by 이묵돌

젊은 세대에 끈기가 없다는 지적은 늘 있어왔다.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실제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한 청년층 신입사원 10명 중 2~3명이 1년도 안 돼 퇴사를 결심하며, 통계청에서 발표한 우리 세대의 평균 근속연수는 3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취업준비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꿈꾸는 대기업조차 사정은 비슷하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취직난에 일자리 부족으로 나라가 망해간다는 판국이다. 어렵사리 취직에 성공했다면 꽉 붙잡고 있어도 모자랄 판인데, 몇 년 있지도 않다가 뛰쳐나와버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신을 거둬준 회사에 뼈를 묻는 이른바 '평생직장'의 개념까진 아닐지언정, 커리어 측면에서 불이익을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몇 년쯤은 버텨보는 게 합리적 선택일 텐데. 우리 세대에서의 퇴사나 이직은 거의 항상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가능성이며, 언제든지 덜컥 일어나버릴 수 있는 종류의 사건이다. 불과 1, 2년 전 그럴듯한 직장에 취직했다던 친구가 어느 순간 근황 확인 차 연락을 해보니 백수가 돼있다든가 혹은 창업을 하게 됐다든가 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더구나 명백한 이유가 있어 일을 그만두는 것도 아니다. 한 취업사이트의 통계에 의하면, 신입사원의 조기퇴사 사유 가운데 가장 많았던 대답이 '생각했던 직무가 아니어서'였다고 한다. 아니. 어디 남의 돈 벌어먹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어떻게 원하는 일만 하면서 월급을 받아가려고 한단 말인가?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노력해도 모자랄 텐데 말이다. 그렇게 쉽게 관둬버릴 거면 몇 백 대 일의 경쟁률은 뭐하러 뚫고 들어온 거야? 글쎄. 우리도 잘 모른다. 아마 본인도 잘 모를 것이다. 그런 우릴 지켜보는 기성세대의 당혹스러움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뚜렷한 퇴사의 징후 같은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한 일이다. 결심이 서지도 않은 상황에서 회사 상사들에게 '저 곧 그만두려고요 헤헤'하고 떠들어댈 만큼 넉살 좋은 인간은 얼마 없다. 당신들에게 우리 세대의 퇴사는 아주 느닷없이 일어나는 해프닝, 준비 없이 맞이한 오뉴월 날벼락 같은 상황이 아닐까 싶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미리 깜빡이 좀 켜주면 어디 덧나냐고.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면 도와줬음 도와줬지 욕지거리는 하지 않을 텐데, 무슨 신념이 있고 소신이 있어서 그리 쉽게 그만둬버린단 말인가.


그건 오해다. 우리 세대가 퇴사하는 이유는 명확한 비전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두려워서다. '그만 둘 이유가 있어서' 보다는 '계속할 이유가 없어서'에 가까울 것이다. 예컨대, 군대에서는 버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탈영은 빼도 박도 못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선임에게 아무리 조인트를 까인다 해도 영창에 끌려가 범죄자 신세로 전락하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또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난 이상 국방의 의무는 어떤 형태로든 수행할 수밖에 없다. 뭣보다 군생활에는 전역이라는 확실한 엔딩(예비군이 남아있긴 하지만), 언젠간 말년병장이 돼 비교적 편안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이 존재한다.


한편 회사생활은 다르다. '~~한 것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일할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기성세대의 경우 책임져야 할 가정이나 성장 일로에 있는 회사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자리 같은 것들로 대답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 세대는 부모님의 기대쯤을 제외하면 책임질만한 것도 마땅히 없을뿐더러 성장은 정체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몇십 년 동안 한 회사에 충성해봤자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일단 안정성에는 큰 메리트가 없다. 애초에 대기업에 취직할 때까지의 고등교육과 취업과정을 뒷바라지해줄 수 있는 부모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가족의 안녕을 위협할 정도의 경제적 압박'에선 어느 정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90년생이 기성세대와 남다른 직업관을 가진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러니까, 정말이지 기성세대는 너무 열심히 일했던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이나 피가 섞인 이들의 생존을 애써 책임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이룩해 놓았다. 그래서 90년생들은 필사적으로 노동에 몰두하는 대신, 삶에서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젊음이라는 기회비용을 감당하기에 지금의 삶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골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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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해당 브런치북 연재분이 <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3화 이후의 전문은 보여지지 않으며, 중간에 책 구매 링크로 전환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오픈해놓고 싶지만, 제 글을 믿고 투자해준 출판사, 그리고 이 부족한 글을 책으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놓으실 독자분들께 저 나름의 예의를 지키고 싶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머지 내용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세요.

책에 실린 것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로서 온라인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쓴 글을 여러분 또한 즐겁게 읽고, 또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저로선 더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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