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섹스를 섹스라 부르지 못하고
부모님 세대에서 90년생이 태어나 자라기까지. 대한민국은 경제발전 못지않게 급격한 사상적 변화를 경험했다. 오늘날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변한 것보다 변하지 않은 걸 헤아리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경제관념도, 사고방식도, 노동에 대한 관점도, 인생의 목표도, 행복의 기준도 어느 것 하나 비슷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설날이며 추석 같은 민족 대명절에 애어른 할 것 없이 스마트폰만 만지작대는 것은, '일 년에 한 번 맞닥뜨려야 하는 외계 생명체들'로부터 자신의 심신을 보호하는 나름의 전략인 것도 같다.
이렇듯 수많은 변화들 중에서도 유난히 도드라지는 것이 바로 '성性'에 대한 관점이다. 특히 이성간 성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너무나 많이 달라져 버려서, 이게 십 년에서 이십 년에 불과한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라니 개인적으론 정말 놀라울 지경이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이 정부 주도의 정책이나 교육 그리고 기성세대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으로 성장해왔다는 건 그보다도 더 놀랍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우리 세대가 공교육을 통해 얻은 성적 지식은 사실상 없다. 90년생들에게 이성교제나 섹스 같은 것들은 대부분이 탈교육적 영역에서 학습된 것이다. 특히 지금의 20대 남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비교해본다 치면,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과 일본산 AV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인 수준이다. 새삼스러우면서도 충격적인 사실이다. 실질적 성교육(이걸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이란 게 상당 부분 포르노로 이뤄진다니. 심지어 포르노라고 할만한 것들은 구 할 이상이 불법 취급되는 나라에서……
우리가 소위 말하는 '야동'으로부터 원천 차단된 채 자랐다면 어땠을까? '2차 성징이 끝난 이성의 생식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같은 건 상상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적어도 성인이 돼서 만난 첫 연애 상대와 첫 성경험을 갖기 전까진 말이다. 만약 그런 게 정확히 부모님 세대가 원하던 방향이었다면, 참 송구스럽다. 완전하게 실패했다. 그래도 망한 게 어디 당신들 잘못이겠는가. 하필 우리의 짧은 생애 중에 인터넷이란 게 나오고, 그 뒤로 프루나며 웹하드며 토렌트 같은 게 튀어나올 줄 누가 예상했겠냐고. 우리도 몰랐다. 나오고 나서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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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해당 브런치북 연재분이 <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따라서 3화 이후의 전문은 보여지지 않으며, 중간에 책 구매 링크로 전환했습니다.
가급적이면 저도 오픈해놓고 싶지만, 제 글을 믿고 투자해준 출판사, 그리고 이 부족한 글을 책으로 구매해 책장에 꽂아놓으실 독자분들께 저 나름의 예의를 지키고 싶습니다.
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나머지 내용은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세요.
책에 실린 것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글로서 온라인 버전에 비해 훨씬 깔끔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즐겁게 쓴 글을 여러분 또한 즐겁게 읽고, 또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찾아뵐 수 있다면
저로선 더없는 행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