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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첩과 만년필 Apr 06. 2023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2

요가수업 두 번째 날

두 번째 요가수업 전날(화요일)에 뱃살의 교훈을 떠올리며 윗도리를 신경 써서 미리 골랐다. 갖고 있는 티셔츠 중 품이 넉넉하고 긴 옷들을 입어봤으나 팔을 올리고 좌우로 몸을 움직이니 모두가 배꼽이 나왔다.  아… 이건 어쩔 수 없겠구나… 체형이 바뀌지 않는 한…


저녁으로 냉동실에 있던 주꾸미를 먹기로 했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아내가 “어제 당신이 화이트 와인 사 오지 않았어?”라고 했다. 아이고 좋아라. 바로 와인 세팅을 했고 빨간 양념을 한 주꾸미는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었고 와인과도 잘 맞았다.


그런데…


주꾸미 볶음이 너무 잘 돼서 금방 그 한 병을 다 마시게 되었고 냉장고에 있던 까바(Cava) 한 병이 생각났다. 잠시 머뭇거리기는 했으나 금방 냉장고로 달려가 차가운 스파클링 와인을 열었다. 상쾌한 뻥소리와 잔에 따른 후 나는 탄산 사그라드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먹을 때는 좋았는데….


두 번째 수업날(수요일) 아침이 되었다.


머리가 살짝 아팠다. ‘이거 어떡하지 그냥 오늘 쉴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설 때쯤에는 두통도 가시고 괜찮아졌다. ‘다음에는 한 병만 마셔야지…’


시민 체육 센터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가까운 자리에 주차하고 바로 교실로 들어가 월요일보다는 자연스럽게 교실 뒤편에 가방을 내려놓고 교실 뒷 쪽에 매트를 폈다. 물병은 아예 챙기지 않았고 수건도 필요 없을 것 같아 가방에 뒀다.


선생님이 나마스떼 했고 나도 손을 모으고 같이 나마스떼 했다. 이번에는 옆 사람과 인사하라고 할 때 고개를 돌려 인사하기도 했다. 수요일에는 여러 동작들을 연결해서 하는 빈야사 요가를 한다고 하셨다.

처음 시작은 월요일과 비슷하게 가부좌를 틀고 호흡하는 것부터였다. 월요일에 했던 동작들과 비슷한 것을 할 때까지는 ‘나 요가에 소질 있나 봐!’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앞으로도 속으로만 해야겠다.


한쪽 다리를 앞으로 빼 태권도 태극 일장 앞지르기 자세처럼 만든 후 손을 드는 머리 위로 올리는 동작까지는 할 만했다. 그다음 몸을 구부려 한쪽으로 향하게 하는 동작부터는 ‘아… 누가 요가에 소질 있다고 했더라’ 역시 속으로 말했다. 선생님 설명을 들어도 뭔지 잘 모르겠고 평소에 힘을 써보지 않은 방식으로 다리에 체중을 실으니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자꾸 넘어지려고 했다. 덕분에 오해 한 가지는 풀었다. 첫날 선생님이 날 별로 반기지 않는다는 생각은 오해였다. 내가 땀을 흘리며 제대로 동작을 못하자 ”어깨를 더 여세요 “라고 하시며 가까이 다가와 말씀해 주셨다. 감동이었다.


감동과는 별개로 몸을 늘리고 잡아당기는 듯한 동작들은 점점 더 어려워졌고 결국에는 선생님이 자세를 유지하라고 하는 시간을 다 못 버티고 자세를 풀기도 했다. 아.. 얼른 둘러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아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다시 자세를 잡고 따라 해 보았다. 역시 또 힘들어져 시계를 보았더니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 아… 조금만 더 해보자. 오늘의 메인 동작이 끝났을 때 선생님은 이렇게 동작이 이어지는 것이 빈야사 요가라고 알려주셨다. 다행이다. 어려운 고비는 넘겼구나.


매트에 누우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등을 매트에 대니 “아~!”하는 감탄사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역시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누워서 다리를 겹쳐 당기는 동작 등을 하는데 큰 기쁨이 솟아났다. 단순히 어려운 걸 넘겼다는 안도감 이외에 성취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아… 이 맛에 다들 요가하는 걸까?


어제 술을 마신 덕에 오늘의 나는 요가하다 땀을 비 오듯 흘렸다. 남자라서 민폐가 아니라 땀쟁이라 더 민폐가 될 것 같았다. 다음 시간에는 수건을 꼭 매트 옆에 챙겨야겠다. 운동 끝나고 카카오톡을 켰는데 운동할 때 입는 티셔츠가 광고란에 떴다. 무서운 놈들… 1+1이라는 엄청난 유혹에 바로 결재 버튼을 클릭했다. 처음 주문 3천원 할인 쿠폰도 무시할 수 없었다…



금요일에도 꼭 해야겠다. 운동복도 얼른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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