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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랑 정원예술가 Feb 19. 2023

문래동 미술관과 골목-젓가락 정원 프로젝트

"꽃으로 가꾸는 골목 -젓가락 하나 꽂을 수 있으면 정원이 되지"


문래동,

철공소와,  제작소, 망치 연장 두드리는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가득 찼던 그곳에

하나 둘 예술가의 작업실,  독특한 카페,  이국적인 레스토랑이 들어서더니 

갤러리와 맥주 와인 바가 따라 들어오며 예술가들로 가득 찬 젊은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예술을 매개로 한 사업자도 들어오고, 젊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편집샵,

옷가게 또한 따라 들어오며 더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술 문화의 옷을 걸친 사업가들도

우르르 우르르 따라 들어오며 거리가 들썩들썩 부산해졌다. 그러는 중에 어떤 문화 사업자가 

적산가옥을  개조해 미술관을 개관하며 오프닝 프로젝트로 가든 작품과 미디어 아트의 

콜라보 의사를 물어 왔다. 


의견을 묻자,  나는 먼저 가서 공간을 보았다. 

1960년대 혹은 70년대의  판자 지붕, 판자 가벽  같은 건물옆에 그 시절에 보았을 것 같은 

만화가게 느낌, 쌀가게, 대장간 등의 느낌을 그대로 둔 채  편리하게  기능을 바꾼  공방, 카페

갤러리가 무척 독특하고 낭만스럽게  품을 파고든다. 

반면 애처롭게 이지러진 모퉁이 돌,  건축 폐기물, 쓰다 버린 천막조각, 스티로폼, 폐자재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창고들이 고름이 말라붙은 상처처럼 골목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혹자들은 그도 낭만이라는데,  내겐 그것들이 그 작업장에서의 힘겨운 삶을 이끌었을 누군가의

노고, 혹은 아직도 버리지 못한 삶의 아픈 흔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아픈 공간마저 내버리고 떠났을 어떤 사람들의 터전을  차고 들어와 문화 

사업을 빙자한 투기 꾼이 된 사람들의 욕망밖으로 떨어진 무관심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시 그 사업가들의 인스턴트 유혹에 속아 한 줌 쉼의 휴일을 부산하게 거리로 끌고 나온

젊은이들의 마음에 아픈 허기를 만드는 미완의 공간으로 보인다. 

 

이런 공간을 보면 나는 이곳  사람들이 겪을 황폐함, 매일 마주칠  갈증, 그 갈증을 씻어낼 

어떤 바램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바램을  채워 줄 수 있는  나의 생각, 아이디어로 다시 그려본다. 

그래서 그 황폐함의 고통과 갈망을 채웠을 때 그들이 누릴,  위로, 위안, 행복을 그려보며 

공간을 구상하고 그 대지위에 위로의 풀꽃을 수놓기 시작한다.


"젓가락 하나 꽃을 수 있으면 정원이 되지!"

라고  김운희 선생님은 아주 야멸차게 말씀하셨다.


배운 대로 난 아주 작은 공간에도 정원형 복합 식재를 한다. 

목적은 하나 <자연성을 얻고 싶어서이다.> 


왜 자연인가?  

자연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완벽한 선물이라 믿는다.  

정원디자이너는 신의 일을 대신하는 거라 생각했다.

자연은 신의 작품에 세월이  더하는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위로라 본다. 


전에 잠시 썸을 탔던 잘생긴 기업 임원 한 분이 화분 미니정원 선물을 드렸더니. 

"ㅎㅎ 마치 저 산자락에서 한 삽 떠서 이리 온 것 같아요" 라며 크게 좋아하셨다.


바로 그거다, 자연의 한 삽, 자연의 한 곳, 자연을 들여 자연으로 이어 주기. 

'그래서 먼 곳에 가지 않고도 책상 앞에, 베란다에, 거실에. 마당에  자연을 조금 모셔와  

먼데 있는 자연과   연결하기' 그걸 위해 가능한 자연성을 찾아 심다 보니, 

젓가락만큼 좁은 공간도 자연의 한 공간처럼 보이게 하는 연습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다. 

 처음 이 골목을 마주하고 갤러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을 때 

그래서 내겐 이곳이 태평양처럼 넓어 보였다.


그러나 곳곳에  삶의 아픈 흔적들이 누더기처럼 남아있는 골목

함께 한 미디어 아트 작가 한분은 그게 매력이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추억의 감성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아름답다.  하지만 콘크리트의 뜨거운 복사열에 

검은 고무 통에 심어진 자작나무와 그 옆에 찢겨 휘날리며 먼지에 뒤덮인 천막 조각은 

사람의 마음도, 자작나무의 뿌리도 아프게 하는 듯 보였다.  

바램이 생겼다. '그곳에 주말 데이트를 나온 많은 연인들이 거니는 발끝에  눈길 앞에 

푸른 초록의 나무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거기서 새가 울고 꽃이 피고 하며

골목에 싱그러운 바람을 불어넣어  잠시 들른 갤러리, 카페 안으로 그 바람을 몰고 들어갔으면 하는 '

좁은 골목 앉을자리 하나 없이 카페, 식당, 편집샵 등의 상업공간이 빼곡히 들어서며 

우리가 기대했던  추억의 골목의 아름다움은 오히려 사라지고  새로운  상업 시설로 가득 찬 문래동은 

아름답지 않았다. 

70년대의 감성 소환을 기대하는  여행자들에게 기대하는 추억의 이야기 같은  

감성 아트만큼, 그 시대에 있어을 법한  여유와 자연을 되돌려 주어 그들의 여행이 

좀 더 아름답고 싱그러우며 푸르렀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콘크리트 골목에서 느끼는 푸른 바람, 초록의 여유를 넣어 자연을 그리는 마음을 채워주고 싶었다.

  

이번 문래동 아트 갤러리  프로젝트는 그렇게 젓가락  폭 만한 공간에 자연을 들이는 

작업을 생각하게 되었다. 

게다가 49m 제곱의 길을 향해 열린 갤러리가 함께해서,  

양수겸장으로 전시도 하고 정원도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허름한 골목 적산가옥을 말끔한 갤러리로 바꾼 곳에  풀색, 물색, 우리 색( 봄빛, 물빛, 사람빛)을 주제 삼아 

100가지 생각을 숨긴 듯 하지만, 결국 거울 같은 타인의 시선에 들키는 사람마음을 나무뒤에 숨기고  봄빛 물빛은 원래 그러하듯 맑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 공간에 구상을 해 보았다 

갤러리 입구와 내부

그리고, 다시 실재 일어날 공간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전시가 된다면 이런 정원이 그림보다는 더 아름답게 

펼쳐진다. 

권영랑 디자인 "풀빛, 물빛, 사람빛- 풀맘, 물맘, 우리 맘" dessign reserved by Kwon Young Ranng 010 3864-7107

아끼는 꽃 아끼는 나무와 풀, 돌을 모아, 요 분위기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려 한다. 봄빛에 취하고, 물빛에 

취하고, 각기 다르고 잘 모르겠는 우리 마음의 온갖 색을 드러내어 사람 마음에 치이는 우리를 서로 보듬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딱 열흘간만 전시를 마친 후 그다음 골목으로 나와 좁은 곳을 헤집고 틈틈의 좁은 콘크리트 골목을 

정비하여 젓가락 정원으로 다시 재 탄생 시키고자 한다. 사람 발에 치이지 않게 하면서도, 사실 사람들이 조금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도 하는 약간의 불편함을 만들면서 이 삭막한 골목에 오아시스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구상은 자연에서 배운 것 중 하나이다. 자연은 계절마다 자기가 처한 곳에서  늘 그렇게 속을 다 드러내어

보여주고 품어준다. 언제나 어김없이 속내를 보이고 그대로 색을 쓰고, 기대한 모양으로 감동을 준다.

"속 시끄러울 일이 없다 " 그래서 참 좋다. 삶의 온갖 허세와 장식을 걷어내어 진짜 자기로 살게 하니 

그런 자연이,  좁은 골목, 오래된 거리와 마주하면 더 아름답고 귀할 것이다. 


오래된 골목도 또한  하나의 자연이다. 


그 생긴 대로 남루하나 때론 정겹고,  때론 추억으로, 기억으로 더 행복하게 해주는 그 오래전 할머니의 손길, 쓰다듬음 같은 그 위로와 소리가 있다. 그곳에 이 여린 풀꽃들이 기대거나, 할머니의 손길에 화답하거나 

하면서 주고받는 사랑의 언어를 쓰고 싶었다. 25년이란 시간 동안 적지만 풀꽃을 살리며 동거하는 법을 배운 대로 다 동원하면 이런 골목도 자연의 들판처럼 풀꽃이 자릴 틀어 살아갈 수 있게 할 수 있을 테지. 

허나  풀꽃들에겐 여전히 힘든 공간일 게다. 그 악조건을  견디는 강인함이 그래도 사람보단 그 풀꽃이 더 

강하니 조금 견뎌주며,  그곳을 오가는 이들을 조금은 기쁘게 해 주길 바라며 이 구상을 했다 


이미 봄이 왔다, 대지는  결빙을 풀고 겨우내 품었던 얼음물을  흘려내며 목말랐던 땅들을 적신다. 


그런 자연의 신성한 혜택이 떠난 이 골목. 

하지만, "우리의 사랑"이라는 더 큰 물줄기를 마음에 품은 사람의,

공존, 공생 의지로 이 골목에 정원이 , 자연이 들어서 쉼을 만드는 꿈을 꾼다. 


어느 날 저녁 그곳을 보고 와서 꾼 꿈이 현실이 되는 시간이 봄처럼  재현되기를 바라며 이 골목이 아니어도 어딘가 조금 남루하고 쓸쓸한 골목들이 있다면  나와 같은 이런 꿈이 더 많이 퍼져 나가길 다시 그려본다. 


거긴, 또 그곳에 쌓인 이야기 들이 풀려 나오겠지 "옛 얘길 꺼내. 아직 얼지 않았거든 들고 오리다"라고 

노래한 최인호 작가의 노래처럼, 나도 그 얼지 않은 혹은 녹아 흐르는 이야기를 골목에 자연으로 펼치는 

꿈을  꿔본다. 이 또한 우리 삶의 빛이려니, 이야기려니 그리고 그 이야긴 모두 풀꽃의 이야기가 될 테니. 

처음 공간을 보고 한 기초 스케치

                    

 이 프로젝트는 공간 환경,  특성에 중점을 두고 가든 랭귀지를 활용했다.

 불가능해 보이나, 식물로 골목 숲을 만드는 상상으로 이 구상을 시작했다. 

 문래동이라는 거친 공간, 그리고 열악한 골목, 그러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들의 색과 빛을 

가든 랭귀지의 구조, 형태, 색, 질감을 믹스한 플랜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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