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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네르 Dec 29. 2023

아버지, 나의 뿌리

me again

친정엄마에게 어떤 수식어를 붙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끝없고 쉼없는 사랑의 원천, 그것이 그녀에 대한 뭉클한 기억의 케스케이드(cascade)이다. 


아버지는 반면 돌덩어리 같은 존재이다. 

험한 산속 부피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자리잡은 암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 연약하게 핀 꽃처럼

그의 자녀에 대한 사랑의 정수는 여리고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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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이 벌어진 암벽사이에 핀 꽃

그 암벽 틈에서 너를 뽑아 들었다.

여기 뿌리까지 널 내 손에 들고 있다. 

작은 꽃-하지만 내가 너의 본질을 

뿌리까지 송두리째 이해할 수 있다면 

하느님과 인간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으련만


-알프레드 테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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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아버지는 아버지가 어릴 적 돌아가셨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뜨거운 아버지는그 뜨거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투르다. 

마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시절에 사랑에 대한 표현이 멈춘 것처럼,

평상시에는 과한 애정을 드러내다가, 

당신의 감정이 부정적으로 흐를 때면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이 많았다. 


아버지에 대한 공포,

아버지가 분노했을 때 어린 시절 내가 느껴야 했던 무력감은

지금 나의 나의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나 역시 나의 감정에 따라 아이에게 부정적 감정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사람인데,

어떻게 늘 평정하게 

자녀를 대하고 훈육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린 내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다짐했던 순간들을 기억해보면

사랑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자랑스럽다는 말, 이해해달라는 말의 부재가

서러움과 미움으로 번졌다. 


깎아지르는 듯한 암벽과도 같은 아버지도 무너져내릴 때가 있다. 

하지만, 아버지의 공격은 자녀에게 공포와 무력감을 낳는다. 

설사 분노를 표출하더라도 

이후에 자녀에게 아버지가 여차저차하여 화를 냈노라고 이해해달라고,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했더라면,

나는 조금 더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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