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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만 찾아갈게요.

가족이란 과연 무엇일까.

by 쓱쓱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예측가능하지만 종종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뭐.., 사실 일반적이라는 말도 매우 모호하긴 한데, 그래도 대략 이러저러할 것이다,라고 예측하고 살기에 그나마 일상이 유지되고 있지 않을까.


우리 동네 크린토피아는 꽤 큰 아파트 단지 사람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인아주머니는 한눈에 보기에도 FM 같은 느낌의 정제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막 싹싹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게, 그러니까 딱 맞게 응대한다.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여 사용하는 듯한 인상. 상당히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공력이 느껴지는 얼굴이다.


점심을 살짝 지나 맡긴 옷을 찾으러 들어간 가게에는 앞에 먼저 온 손님이 서 있었다. 뒷모습일지언정 잘 세팅된 헤어와 고급스러운 검정 재킷은 떨어지는 선이 매끈했다. 슬쩍 봐도 왠지 부유한 느낌. 혹은 부유하게 자란 느낌.


그런데 옷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듯 보였다.

가만히 들어보니 이 아가씨가 옷을 찾으러 왔는데 총 4벌 중 2벌만 자신의 옷이니 자기 것만 찾아가겠다는 것이었다.

주인아주머니는 맡기신 분이 한꺼번에 4벌을 맡기셨고 지난 6월에 맡기신 거라 너무 오래되었으니 다 가져가셔야 한다고 설득 중이었는데, 이 아가씨는 자기 옷은 그중 2벌이니 자기 옷만 찾아가겠다고 계속 우기고 있던 것이다.


순간 확 상황에 몰입이 되었다.

그러니까 자기 것만 찾아가겠다... 한꺼번에 옷을 같이 맡겼으니 그렇다면 부모님이 옷을 맡기셨을 것이고 그렇다면 한 집에 같이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같이 찾아가는 게...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든 일일까....?


"그럼 내가 비용을 내야 하잖아요.!"


알고 보니 4벌 중 주름 스커트가 하나 있었는데, 처음 옷을 맡길 때 추가 비용을 계산하지 않아서 찾아갈 때 비용을 더 내야 하는 것이었다.


아아.. 그러니까 본인이 찾아가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하니까... 아아... 그러니까... 주름 스커트는 자기 것이 아니고 엄마 건데... 아아... 그러니까 그건 내 것이 아니니 나는 내 것만 찾아가겠다... 아아.... 아아.... 정말.... 이런.?!


FM 주인아주머니는 잠시 흠칫 놀라신 듯했지만 이내 단호한 태도로 그래도 이건 너무 오래 찾아가지 않으셔서 지금 다 가져가셔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아가씨는 계속 자기 것만 찾아가겠다고 강력히 응수했다.


그러다 순간 약속이나 한 듯 주인아주머니와 나의 눈이 정확히 마주쳤다. 발화되지 않는 무언의 대화가 빠르게 오고 갔다.


결국 청옹성 같은 주인아주머니의 주장을 굳히지 못한 아가씨는 엄청 고급스러워 보이는 작은 숄더백에서 카드를 꺼내 카드 단말기에 신경질적으로 꽂아 넣었다.


결제 금액은 1,200원.


몹시 감정이 상했다는 표시를 팍팍 내며 옷 4벌을 돌돌 말아 들고 아가씨가 나가자, 잠시 어색하고 서늘한 공기가 느껴졌다.


부모란... 과연 무엇일까.

자녀란... 또 과연 무엇일까.

그러니까..

가족이란... 진정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예측가능하지만 종종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물론 일반적이란 것의 기준을 일반적으로 정할 수 없으니, 결국 알 수 없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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