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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술가의 잊혀진 예술 세계를 다시 보다_3

통속소설의 힘 - 김말봉과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by 김형범

예술사에서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그들의 창작 세계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잊혀지곤 했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인 김말봉(본명: 김옥선, 1901년 ~ 1961년)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활동했던 소설가로, 당시 문단에서 통속 소설이라는 이유로 경시된 작가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를 통해 다시 조명되면서 김말봉의 작품 세계와 문학적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50321_191209.jpg 연극 <통속소설이 뭐 어때서?!> 무대 디자인

김말봉을 재발견하게 된 계기는 흥미롭습니다. 한 지역 예술가 발굴 프로젝트에서 “왜 이 지역에 여성 예술가는 없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었고, 그 과정에서 김말봉이라는 인물이 다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문학계에서 소외되었을 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도 그 흔적이 제대로 남겨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김말봉은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역사 소설과 로맨스 소설을 주로 썼으며, 대표작으로는 《찔레꽃》, 《파초》, 《무녀도》, 《삼백년의 꿈》 등이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주로 여성의 운명과 사회적 억압,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다루었지만, 문단에서는 "통속 소설"이라는 이유로 문학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말봉의 소설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당대 사회의 불합리함과 개인의 고통을 정직하게 그려내며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2024년 공연된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김말봉의 생애와 작품을 담아낸 작품으로, 그녀의 문학적 신념과 주체적인 여성상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정안나 연출이 이끄는 극단 수수파보리의 작품으로, “살아있는 문학이란 대중 독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김말봉의 신념을 음악과 극을 통해 생생히 그려냈습니다. 특히 김말봉의 소설들이 단순히 남녀의 애정을 그린 통속소설로만 평가된 것이 아니라, 당대의 억압적 현실을 비판하고 여성의 주체성을 탐구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극은 특히 통속 소설이라는 장르가 문학사에서 어떻게 평가되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김말봉의 작품이 다루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녀는 여성의 억압된 삶과 사랑,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문학 평가 기준은 이러한 작품들을 주류 문학에서 배제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김말봉의 재조명은 단순히 그녀의 문학 세계를 다시 돌아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더 나아가 문학의 평가 기준과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합니다. 왜 통속 소설은 문학적 가치가 낮다고 평가되었는가? 왜 그녀의 작품은 대중에게 사랑받았지만 문단의 인정을 받지 못했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우리는 문학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기존의 평가 기준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예술은 본래 다양하고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리고 예술을 평가하는 우리의 시선도 그러해야 합니다. 김말봉의 작품과 그를 다룬 음악극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는 잊혀진 예술가를 다시 바라보고, 그들이 남긴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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