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by 이레재


2020년, 8년여간의 힘들었던 나의 결혼생활은 끝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마치 무너진 구조물 위에서 흔들리는 한 개의 기둥 같았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아이들을 홀로 키워야 했고, 경제적 기반은 무너졌으며,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모든 짐을 오롯이 내가 짊어져야 했다. 내가 짊어진 삶은 생존이었다. 매 순간 선택해야하고, 감당해야하고,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들은 묻지 않았지만 바라봤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를. 그 시선마저도 나에겐 압박감처럼 느껴졌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마치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군인에게 다시 전장으로 향하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숨 한번 돌릴 틈 없이, 현실의 문제들은 쉴 새 없이 나를 몰아쳤고, 나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죽을 것 같은 압박감이었다. 그런 마음이 나를 압도하고, 더는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할때마다, 나를 붙잡는 작은 것들이 생각났다. 내일 아이들 학교 가져갈 물병 씻기, 인터넷 신청하기, 분리수거 제 때하기 같은 보잘 것 없는 일상들이 눈에 밟혔다. 결국 그 작은 사소한 일상이 나를 계속 살게 했다.


살아낸다는 건 그렇게 이어졌다. 나를 짓눌러 숨조차 쉬기 힘들게 했던 것들은 차례로 무너졌고, 끝없이 내려가던 구덩이 바닥에서 얕은 숨을 몰아쉬며 아주 조금씩 다시 올라왔다. 내 삶에 압박은 여전히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울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면서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아주 작은 것들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신선한 아침 공기로 집 안에 고인 공기들을 환기시키고, 아이들의 숨결이 고요히 퍼지는 밤을 지키고, 혼자 걷는 길에서 피어난 들꽃 하나를 바라보며— 그 조용한 순간들이 내 안에 틈을 만들었다. 숨이 막히던 삶에 작은 구멍이 뚫리듯, 빛은 그렇게 아주 천천히 스며들었다. 그리고 결국 알게 된다. 삶의 굴곡, 그 끝엔 반드시 다시 올라오는 숨결이 있다는 것을. ‘압박’은 우리 인생의 클라이맥스다. 숨이 턱 막히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절정의 순간. 그러나 우리는 그 클라이맥스에 머무르지 않는다. 반드시, 지나간다. 그리고 그 끝에서 비로소 알게 된다. 삶은 생각보다 우리 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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