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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Dec 09. 2020

적당히 열이 오르도록

나의 사랑하는, 무너지는 세계



 일로 글을 쓰는 나는 요즘 자주 방황한다.


 경북 안동에 관한 긴 글을 쓰고 있다가도 다른 원고의 마감일이 다가오면 베트남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고, 아이슬란드에 대한 글을 쓰기도 하는 일이 최근에 자주 있었다. 일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원고의 주제가 되는 여행지에 대한 공감각들이 여전하지 않은 시기에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러니 거실 책상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베트남도, 아이슬란드도 아닌 곳에 서서 방황하게 되는 게다.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낸 건 '웜업'이다.


 말그대로 몸과 마음을 데워놓는 과정이다. 운동을 할 때 외에도 무슨 일이든 웜업은 필요하단 걸 깨닫고 나서 부터 웜엄을 시도하게 됐다. 그래, 그래야 몸과 마음이 억지스럽지 않게 되니. 나는 집중해야 할 여행지의 사진을 오래 보며 앉아 있기도 하고, 그 나라를 여행하며 자주 들었던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며 멀기만 했던 그 시절을 붙잡아 내 앞에 끌어다 놓곤 한다. 그러면 좀 낫다. 문장이, 문단이 그래도 조금씩 길을 내며 나아간다.





  그래, 글은 그렇다 치고, 요즘 사실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꽤 하고 있었다.


  일이 바쁜 걸 핑계로 바다를 소홀히 했다. 죄책감도 들고, 나의 나태함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는 계속 느끼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러다가, 왜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건지 고민을 하기에 이르렀고.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로 했다. 마음의 스위치를 조금 바꾸니 허탈할 정도로 너무 쉽게 그렇게 되더라.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 시간을 웜업 시간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살짝 그리워하기도 하고 애틋하게 여기기도 하며 적당히 열을  상태로 마음을 유지하다가, 그래서 바다에 도착했을  진심으로 기뻐할  아는 자신을 깨닫기로. 원고지 위에 글로 길을 내듯, 마음이 바다 위에 길을   있도록 말이다.


글을 쓰는 동안 조금  뜨거워진  같다.




무엇에 대한 열과 사랑을 여전히 품는 겨울,

여전히 바다를 동경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고.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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