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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숲 농장 이야기1
11화
체리농사에 풀과의 공존을 선택하다.
by
브런치 봉작가
Oct 2. 2021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다.
체리농장에는 계절에 변화에 따라 다양한 풀들이 자란다.
봄이 되면, 우리 농장의 경우,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쑥이다.
그대로 놔두면, 쑥은 허리까지 자라고,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된다.
풀과의 전쟁에서 조사한 해결방법은 다음이 있다.
첫째는 농장 바닥에 제초매트를 까는 것이다. 매트를 깔아 풀이 지표면으로
솟아 나오는 것을 막는 것이다. 둘째는 제초제를 바닥에 치는 것이다. 편리할 수 있지만,
우리 농장은 패스. 마지막은 초성 재배라고 해서, 낮게 자라는 토끼풀 같은 식물을 심어,
최대한 다른 풀끼리의 싸움에서 토끼풀이 이겨, 풀의 자람을 억제하는 것이다.
초성 재배로 토끼풀이 자란 농장 모습
우리 농장은 마지막 토끼풀을 키우는 초성 재배 방식을 선택하였다.
일상에 흔한 토끼풀이지만, 필요할 때는 토끼풀 씨앗은 금가루 같았다.
우선 10kg 그램에 20만 원 정도 하는 값비싼 토끼풀 씨앗을
몇 번을 농장 바닥에 뿌렸다. 보통 가정집 잔디밭 정원에서는 토끼풀을 뽑아내지만,
반대로 농장에서는 토끼풀을 키워 나갔다.
초기에는 풀 깎는 게 너무 힘들어 이게 맞나 쉽기도 했지만,
돌아보니 괜찮은 선택이었다.
체리 수확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토끼풀은 마치 잔디처럼 파란 모습으로
덮었고, 마치 골프장의 초록 잔디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것은 빨간 체리 열매와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이 있었다.
이것은 분명 하나의 무형의 자원일 것이다.
재밌는 건 토끼풀이 많다 보니, 네 잎 클로버가 자주 발견된다.
체리 수확철에 아이들은 체리 따기보다 행운을 찾아 네 잎 클로버 찾기에 열을 올린다.
또 하나의 기분 좋은 행운이 매년 5월에 발견된다.
그렇다고 토끼풀을 심었다고, 모든 게 해결되고, 풀이 자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농장에서의 토끼풀은 무릎까지 쑥쑥 자라고,
토끼풀 철이 지나면 그 자리에 다른 잡초들이 또 자란다.
그래서 일 년에 최소 3~4번은 풀을 깎아야 한다.
농사 초기에 장비도 없고 등에 메는 예초기 하나가 있었을 때는
한번 농장을 한 사람이 깎으면 4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일 년이면 약 16일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다. 풀을 깎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초 전 농장 풀이자란 농장 모습
그러나 요즘은 경험과 요령이 생겨 하루 만에 제초를 끝내버린다.
제초 후의 깨끗해진 농장 모습
그 방법은 아버지와 아들의 협동 작업이다.
아들이 칼날이 2개인 예초 장비를 관리기에 부착하여 쭉 밀고 나가면
나무 밑에 세밀한 부분을 아버지가 예초기로 깎는다.
숙달이 되다 보니 점점 시간이 짧아졌다.
그러나 예초작업은 위험하고 고된 작업이다. 제초 작업을 한 다음날은
몸살처럼 온몸이 욱신거린다.
힘들지만 그래도 이 풀과의 공존의 방법은 장점도 있다. 우리나라는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고,
땅의 표면의 영양분과 표층 토양이 빗물에 씻겨 나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 유실을 풀들이 딱 지면에 붙어 막아선다. 민둥산에 산사태가 나는 것을
나무를 심어 막는 것과 같은 원리다. 둘째는 풀을 베고 나며, 그 풀은 썩어 좋은
자연 퇴비가 된다. 퇴비는 땅을 부들부들하게 하고, 지렁이가 살 수 있게 하고,
땅속에 공기가 잘 통하게 만들다. 마지막은 건강한 땅과 햇살은
좀 더 건강하고 맛있는 체리를 만든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억지로 누르고 부딪치기 보다는
자연의 순리에 맞춰 공존하고 순응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일 때가 있다.
풀 또한 그렇다.
그렇게 풀과의 전쟁에,
우리 체리농장은 풀과의 공존을 선택했다.
By 브런치 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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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다양한 색깔의 아이들을 만나 상담하고 교육 하며, 체리나무를 키웁니다. 아직은 아날로그 감성이 좋아, 사랑이별 노래 같은 글을 브런치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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