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범을 만났다. 반듯한 얼굴 한 번 찍어보고자 울타리 밖에서 기다리고 기다렸다. 녀석은 가만있질 않았다. 속으로, 한 번만 멈춰라, 딱 한 번만 멈추면 잘 찍어볼게... 주문을 걸고 있는데 멈췄다! 뒷모습만 보인 채로. 나는 너의 얼굴을 찍고 싶었단 말이다. 하...
아이를 가진 부모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웃고 울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찍으려 부모가 아무리 사진 촬영 연습을 한다 해도, 사진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가만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가만있질 않아 매번 B 컷만 찍는다며 헛웃음 짓는 이들도 있을 테고. 그럴 때 전문가는 어떻게 하나. 논다. 아이와 놀아준다. 실제로 돌잔치 등 기념촬영을 할 때 보면 전문가는 아이와 놀 준비를 탄탄히 해둔다. 아이가 놀 때 활짝 웃는 모습이나 귀여운 표정을 발견하면 셔터를 누른다. 그렇게 어린아이의 인생 샷이 탄생한다.
그럼, 내가 물범의 예쁜 얼굴을 찍으려면 놀아줘야 하는 걸까. 속수무책으로 물속에서 신이 난 두 녀석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십 분 이십 분 넘게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하지만 녀석들은 여전히 가만있질 않았다. 결국, 가만있지 않아서, 가만히 두었다.
어린 자녀처럼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이의 모습이라면 내일을 기약할 터인데, 차를 몇 시간이나 타고 가서 잠깐 스친 녀석을, 내가 상상한 모습으로 사진을 남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까닭에, 이날은 카메라가 아닌 내 머리와 가슴에만 물범의 얼굴을 담아온 걸로.
그런 까닭에, 누구나 바라보며 와아 - 감탄하는 사진들은
사진가의 깊은 생각과 긴 기다림이 담겨진 거겠지, 토닥토닥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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