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배우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한 6개월이 지난 것 같다. 물속에서 나아가는 그 느낌이 좋아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수영을 하다 보면 자유형, 배영, 평영까지는 진도가 쭉쭉 나가는데, 접영에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도 그랬다. 4~5개월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슬슬 접영에 감이 잡혔다.
어느 날 갑자기 강사님이 “이제부터 모든 출발은 물속에서 출발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물속으로 잠시 잠수해서 벽을 발로 박차고 물아래에서 발차기를 하다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정해진 영법에 따라 헤엄쳐 나아간다. 수면 아래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확실히 숨이 찼다. 분명히 평소랑 똑같은 거리를 헤엄쳤는데 훨씬 힘이 들었다.
물은 좋아하지만 숨이 차는 행위에는 약간의 거부감과 무서움이 있는데, 이건 내 고등학교 시절 약간의 투병(?) 생활에 기인한다. 당시 나는 담배와는 거리가 먼 모범 학생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그 이름도 생소한 기흉이라는 질병을 앓았었다. 한 마디로 설명하면 폐에 바람이 차는 것. 양쪽 폐 기흉으로 수술을 받고 지금까지 별다른 이슈 없이 살았지만, 항상 재발에 대한 걱정은 머리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물속 출발을 처음 배운 날 숨이 차면서 날개 죽지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이거 또 기흉이 재발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수영이라는 게 당연히 숨이 찰 수밖에 없고, 접영을 하다 보면 날개 죽지에 통증이 올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마도 기흉이 재발했을 가능성은 낮았을 것이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과거의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기흉에 걸렸던 나는 숨이 찰 때마다 재발을 걱정하는데, 유방암을 이겨낸 우리 엄마는 조금이라도 탄 음식은 먹는 법이 없다. 내가 아무리 “이게 요즘 유행하는 마이야르라는 거야”라고 말해도 그렇다. 이른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아내는 수시로 내가 죽을까 봐 걱정한다. 그러니 내 프러포즈는 “너보다 먼저 죽지 않을게“였다. 누구나 마음 한편에 이런 걱정을 안고 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