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AI와 대화하는 인간의 여덟 단계
사고의 위치가 달라지는 순간들
처음 AI를 썼을 때를 떠올려보자.
“검색보다 빠르다.”
“정리도 잘 해준다.”
“이메일 하나 쓰는 데 이렇게 편할 수가 있나?”
대부분의 사람은 여기서 멈춘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다.
“AI, 생각보다 별거 없네.”
그런데 같은 도구를 쓰면서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걸로 일이 줄었다.”
“생각이 정리된다.”
“혼자서는 못 풀던 문제를 풀게 됐다.”
같은 AI를 쓰는데,
왜 어떤 사람에게는 ‘편의 도구’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사고 파트너’가 되는 걸까.
이 차이는 기능의 문제가 아니다.
질문의 수준도 아니다.
차이는 단 하나다.
AI 앞에서 인간이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모두 AI에게 질문한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질문한다.
그래서 이제 질문 자체는
능력도, 차별점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이 아니라
대화가 어떻게 이어지는가다.
누군가는 AI를 검색창처럼 쓰고
누군가는 비서처럼 쓰며
누군가는 편집자처럼 쓰고
누군가는 함께 생각하는 존재로 대한다.
결과의 차이가 아니다.
사고의 위치가 다르다.
나는 이 차이를 오래 관찰했다.
지식의 많고 적음도 아니었고,
프롬프트 기술의 차이도 아니었으며,
지능이나 재능의 문제도 아니었다.
차이는 늘 같았다.
AI에게 무엇을 시키느냐가 아니라
AI 앞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느냐였다.
이 책은 AI 사용법을 설명하지 않는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요령도,
도구 비교 가이드도 아니다.
이 책은
AI와 대화할 때 인간의 사고가 서 있는 위치를 다룬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여덟 단계’라고 부르면서도
동시에 ‘여덟 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단계는 순서를 의미하지만,
층은 위치를 의미한다.
같은 건물 안에 있어도
서 있는 층에 따라 보이는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1층에서는 입구만 보인다.
3층에서는 사람들의 흐름이 보이고,
6층에서는 구조가 보이며,
8층에서는 설계가 보인다.
어느 층이 더 낫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어느 층도 틀리지 않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 서 있는 층을 모른 채 대화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이 책이 말하는 ‘여덟 단계’
(여덟 개의 사고 위치)
이 책에서 말하는 여덟 단계는
AI를 더 잘 쓰는 순서가 아니다.
이는 AI 앞에 선 인간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여덟 개의 위치다.
나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층 — 검색형 사용자
AI를 빠른 검색창으로 대한다.
질문은 있지만 사고는 이동하지 않는다.
2층 — 작업 대행형 사용자
AI에게 일을 맡긴다.
목표는 있지만 과정은 위임한다.
3층 — 보정형 사용자
AI의 답을 고친다.
감각은 있지만 구조는 아직 외부에 있다.
4층 — 아이디어 증폭형 사용자
AI로 생각을 넓힌다.
발산은 되지만 수렴은 인간의 몫이다.
5층 — 문제 해결형 사용자
조건과 제약을 함께 던진다.
가설과 검증이 대화 안에서 움직인다.
6층 — 사고 동행형 사용자
AI와 사고를 이어간다.
질문보다 상태 설명이 많아진다.
7층 — 사고 프로토콜 설계자
대화의 규칙을 만든다.
AI의 답보다 구조를 먼저 요구한다.
8층 — 사고 설계자
AI를 도구가 아닌
사고 시스템의 일부로 배치한다.
이 여덟 개의 층은
위계가 아니라 시야의 차이다.
이 책은 독자를 평가하지 않는다.
1층에 있다고 해서 부족한 것이 아니고,
8층에 있다고 해서 우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한 가지를 분명히 한다.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도 되고,
자기에게 해당하는 층부터 읽어도 된다.
다만 한 가지는 권하고 싶다.
각 장을 읽을 때마다
AI가 아니라 ‘나’를 먼저 보라.
AI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문제는 늘 인간 쪽이다.
AI 시대의 격차는
도구의 격차가 아니라
사고 위치의 격차로 벌어진다.
이 책은 그 지도를 그린다.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지금,
여러분은 몇 층에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