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스더 Mar 10. 2023

독일에서 디스크 판정받다

day 3: 일어날 수 있게 되다

에밀리아는 우리 연구팀 소속 석사생인데 에콰도르에서 온 친구이다. 부탁할 사람이 없는 와중 떠올라서 연락했는데 무려 베를린에 가는 도중인데 취소하고 나를 찾아주었다. 옷이랑 제일 중요한 허리벨트랑 파스를 갖다주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에밀리아가 갖다준 식사대용 음료와 공항에서 부랴부랴 샀던 파스. 안 사 왔으면 어쩔 뻔 했어….

에밀리아가 방문한 순간 간호사들이 나를 입원실 침대로 옮기기로 했다.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게춤 추는 포즈로 엉금엉금 옮겨 갔다. 그뿐만 아니다. 벨트를 하니깐 없던 힘도 생겨서 아주 천천히 거북이 속도로 서보려고 했다. 가드레일을 붙잡고 엉거주춤하게 설 수 있었지만 다리를 옮기기에는 역부족. 그리고 그렇게 화장실을 갈 수 없었고 그러던 간호사는


휠체어 요강을 가져왔다.


절대로 카테터 달고 싶지 않았는데. 요강도 싫었는데. 화장실 혼자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살면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가게 되었다. 그래, 이것도 환자니깐 일반적인 거라고 생각해야지 되뇌면서 순간을 버텨냈다.


그러고 그날 저녁 mri를 찍고 결과를 기다렸다. 의사가 네 시간 후 오더니 디스크라고 이야기해 줬다. Bulging round form이라고 하니 bulging disc인 게 확실해졌다.


내것은 아니지만 튀어나온 디스크의 예시.

그렇게 의사는 다음날 물리치료를 주문하고 하루빨리 걸어야 한다고 하고는 떠났다. 나는 어느 정도 걷게 되면 집에 가야지 하면서 눈을 감았다. 다음날 경험할 어이없는 상황은 예상도 못한 체….

작가의 이전글 독일에서 디스크 판정받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