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출판사와의 전화 미팅
다시 투고를 시작하고 나흘이 지났다.
아침에 눈을 뜨니 메일함에 출판사의 답장이 도착해 있었다. 거절이려나? 거절이겠지? 그래, 거절이겠지. 그런 생각으로 메일을 열었다.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가 적혀 있음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바로 답신을 작성했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답장은 아주 간단했으나, 내가 이제껏 받아온 '간단한 거절의 답장'은 아니었다.
미팅이 가능할까요?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답신을 보내니 답장은 빠르게 돌아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사는 곳이 대구였고 출판사들은 대부분 수도권이나 경기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올라가려면 못 갈 것은 없었지만, 미팅을 하러 서울에 올라가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것을 눈치채신 편집장님께선 전화로 미팅을 대신하자고 하셨고 약 한 시간이 조금 넘는 통화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듣고 또 대답하곤 했다.
대화를 통해 얻은 것이 참 많았다. 내가 왜 이 글을 쓰고 싶은지, 내 글의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고민해 보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는 과정에서 원고를 조금 더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도 같았다. 다음에 원고를 쓴다면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스스로 정리해 보는 계기도 되었다.
그러나 계약을 확정 짓지는 못했다. 내 사정 때문이라기보다는 출판사 측에서 조금 불확실한 몇몇 것들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며칠의 말미를 더 가진 후 확답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그 불안감은 20% 정도이고, 80% 정도는 계약을 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여 주셨기에 나도 20%의 불안감과 80%의 희망을 가진 채 내 일정을 소화했던 것 같다.
전화를 끊었다. 마구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지하철 안이었기에 꾹 참고, 그간 벼르고 벼려왔던 일을 해치웠다. 당장 휴대폰을 열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 연락을 했다.
"제게 다른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 그만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수습기간만 3개월째, 언제 채용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내내 자존감만 깎아먹은 상태였다. 출판사의 연락을 받고 나니 괜히 용기가 생겨 차일피일 미뤄오던 (나름대로의) 사표를 던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글과 여행을 준비했다. 이제 결과만 기다리면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습관처럼 서점에 갔고 또 습관처럼 출판사 목록을 뒤적거렸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내내 들뜬 상태라, 이제야 일이 풀리기 시작하는 건가, 하는 생각뿐이었다.
딱 90번째로 원고를 투고한 출판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