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함, 기쁨, 설렘, 그리고 부담감
출간. 이 얼마나 꿈같은 이야기였나.
이 순간을 막연히 상상할 때엔, 한 번에 책이 서점에 팍팍팍 들어가고 또 한 번에 사람들이 팍팍팍 읽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출간의 순간'은 밋밋하고 또 천천히 찾아왔다.
배본사에 책이 입고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마냥 설레고 긴장되기만 했다. 이젠 오프라인 서점들에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으니 떨렸고, 그렇다면 다음 주면 서점에서 내 책을 찾아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더랬다. 그러나 역시나 꿈은 꿈일 뿐이었던 것일까. 오프라인 서점에 아주 천천히 입고되기 시작한 책은 아주 천천히 판매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서점에서는 책을 신간 평대에도 깔아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발로 뛰는 것을 선택했다. 운영해오던 블로그에 출간 소식을 알리고, 그간 활동을 하지 않았던 SNS 계정들을 살려 출간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평대에도 올라가지 못한 책을 위해 근처 서점을 방문해 평대 진열을 부탁했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두 번으로 안 되면 세 번. 그렇게 출간 전보다도 더 바쁜 나날을 보냈다.
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확실한 진로를 정하기 위해서, 혹은 어떤 것의 시작을 위해서. 그렇게 '출간'이라는 꿈이 이루어지고 나니 그 이후의 것들이 두려워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서점의 재고 확인란을 들여다보고, 들여다보고, 들여다보는 하루하루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