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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일기 Aug 13. 2018

[출간이야기] 원고 퇴고를 끝내다

슬럼프 극복

슬럼프가 그리 길게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 이때쯤 슬럼프가 찾아올 것임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슬럼프가 찾아온 것을 비교적 빨리 인정한 것이 맞겠다. 지금은 더 이상 글을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냉큼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 드러누웠다. 언젠가 또 계기가 있다면 당연하다는 듯 글을 쓰게 될 것을 알았기에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다만, 원고를 빨리 전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약간의 초조함만이 나를 쪼아대었을 뿐.


다음 날은 일이 있었다. 바쁘게 어딘가로 가야만 했고, 그렇게 가는 길 혹시나 싶어 노트북을 챙겼다. 그리고 차에 올라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글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야, 초고니까 그럴 수 있다. 엉망인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처음 '책'을 쓰는 것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것을 다듬으려고 출간까지의 유예기간을 길게 잡은 것 아니겠나. 내 글이 깔끔하고 정돈된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신선하다거나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긴 하다. 단점을 찾아내기보다는 장점을 찾아내기 위해 애썼고, 그러면서도 내 글에서 부족한 점들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고민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시간의 흐름대로 작성한 것이다 보니, 꼭지별 주제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인듯했다. 이미 완성해 넘긴 글들은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부터 써야 할 추가 원고는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생략한 이야기들 중에 포인트가 될 만한 주제들이 있나 고민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쓰고 싶은 에피소드들을 떠올린 후, 내가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열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 누구보다도 짙은 기억을 남겨주었던 내 여행의 소중한 일행들. 다른 그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좋은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마음으로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 그 누구보다도 멀미가 심한 나였지만 잠시간 그 모든 것을 잊을 정도로 글 쓰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원고를 얼추 마무리할 수 있었다. 출판사의 교정교열이 이어질 것을 알고 있었고, 그 교정을 통해 글이 조금 더 다듬어지기를 바라며 출판사로 초고 완성본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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