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밤일기 Aug 20. 2018

[출간이야기] 1교를 끝내다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

"1교 파일 메일로 전송했습니다. 확인해 주세요!"



출근 준비를 하며 거실에서 뒹굴고 있을 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1교가 끝났다는 이야기였다. 예정일로부터 일주일가량의 시간이 더 걸리고서야 완성된 원고. 6월 중순, 계약 후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1교 교정본을 받아보았다. 한글 파일로 된 초고가 아닌, 내부 디자인과 사진 배치가 얼추 끝난 '가제본 원고'를 받아보게 된 것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 확인했다. 혹시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떡하나, 글이 예쁘게 편집되지 않았으면 어떡하나.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바탕화면에 깔린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열였다. 그리고 그렇게 파일을 여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이래서 오래 걸렸구나.



다듬어지지 않고 순서조차 불분명했던 나의 초고는 온데간데 없고 깔끔하게 편집된 '책'이 파일 속에 들어 있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생기고 엉망진창으로 구성되어있던 원고들의 순서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프롤로그 뒤에 이어지는 목차를 보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이렇게 다듬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었구나. 순간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던 교정 시간도, 미뤄지던 약속 날짜도. 나는 이렇게 가제본 되어 온 원고의 형태가 참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책'의 형태로 나오게 되면 얼마나 설레고 또 기분 좋을까. 그런 기대감을 피워 올리며 1교가 끝난 원고를 찬찬히 살폈다.

출판사에서 임의로 수정한 문단들이 보였다. 대개 글을 쓸 때면 한 호흡에 이어 쓰는 것이다 보니, 그렇게 수정해버린 문단은 호흡이 얽혀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부분들을 체크하고 출판사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다시 문단을 다듬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출판사의 의견과 내 의견이 완전히 다를 때에는 내 의견을 정리한 파일과, 출판사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수정한 글을 다시 첨부해 보냈다. 내가 빨리 검토를 해야 출간 시기가 빨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금 더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종일 원고 수정에 매달린 결과, 3일이 채 지나지 않아 수정 사항을 출판사 측에 넘길 수 있었다.

한때, 계약할 출판사를 찾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 독립출판이나 1인 출판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해 보는 게 나으려나? 하는 생각을 종종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문가만큼 내 글을 다듬을 자신이 없었고, 첫 출간이니만큼 더더욱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느꼈기에 그 생각을 포기하고 다시 투고를 시작했었다.

결과가 차차 나오기 시작한 지금에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포기하지 않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독립출판이나 1인 출판도 분명 하나의 선택지일 테지만 내가 앞으로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출간 과정을 하나하나 겪어보는 것 또한 정말 중요한 일임을 실감했다. 같은 글, 같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에서 보내 준 원고와 내가 보낸 초고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곧이어 출판사의 답장이 돌아왔다.


"굿모닝! 수고했어요. 의견 반영해서 곧 다시 파일을 보낼게요. 그 파일로 추천사를 받고 나면 빠른 시일 내에 출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09화 [출간이야기] 원고 퇴고를 끝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